"청계천복원, 졸부콤플렉스가 만든 인공조경사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청계천 사업이 환경.역사.문화의 복원이 되지 못하고 사진발 잘 받는 인공조경사업으로 전락한 것은 잘 사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졸부 콤플렉스' 때문"

도시계획 건축가 김진애 서울포럼 대표가 '인물과 사상' 7월호 기고문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재개발 등 대표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도시 데코레이터 이명박: 청계천 복원은 일렀고 도심 개발은 틀렸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대표는 "왜 이명박 시장은 그렇게 정열적으로 밀어붙였을까. 어떻게 높은 지지를 받았을까. 왜 많은 문제 지적들이 묻혀버리기만 했을까"라고 자문하면서 그 이유를 ▶이미지 플레이어 이명박 ▶도시 데코레이터(장식가) 이명박 ▶개발사업 파워 브로커 이명박으로 축약했다.

김 대표는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건설경영인 출신의 이명박 시장의 의지, 환상적인 조감도와 사진발과 화면발 잘 받는 그림을 찾는 미디어, 2003~2004년의 정치상황에서 주요 언론들의 노골적인 이명박 시장 띄우기 전략, 진정한 복원을 바라면서도 결국 화려한 이미지 플레이에 속은 시민들. 이런 와중에 실제적인 도시 환경을 만드는데 긴요한 별 재미없고 눈길 끌지 못하는 사안은 뒷전에 머물렀고 그런 와중에 의사결정 과정을 독점한 부시장의 비리사건도 일어난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이미지 플레이어 이명박'에 대해 김대표는 "청계천 사업의 조기 착공이 가능했던 것은 압도적인 찬성 여론과 이를 띄워준 주요 언론사의 역할이 작용했다"고 썼다. 그는 "'청계천 복원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어느 시민이 반대한다고 하겠냐"며 "청계천 복원이라는 이미지 높은 작명 덕분에 '진정한 복원이 아니라 인공조경'이라는 사실도 묻혔고, 교통대란도, 문화재 문제도, 주변 상인의 생계문제도 모두 묻혔다"고 꼬집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을 체험한 시민들의 '근사한' 도시에 대한 욕망과 "2003년 참여정부의 등장에 따라 그 대항마로서 야당 시장을 화려하게 조명하고자 하는 주요언론의 의도"라는 '정치적 타이밍'도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런 시민들의 깊은 욕구를 데코레이터 수준으로 포장해 버렸다"며 "청계천 폭이 넓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과 청계천 물길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보행도로의 폭을 줄여버린 것 등의 문제는 일반 시민들은 모르고 넘어갔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0인'에 꼽힌 바 있으며, 산본 신도시와 인사동 거리 설계 책임을 맡았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서울 용산에 출마했다가 한나라당 진영 후보에 고배를 마셨다.

디지털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