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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는 두 얼굴의 흥행수|「약물파동」을 계기로 살펴본 프로복싱 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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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네히라」스캔들』은「가네히라」매니저가 일본의 복싱영웅「구시껜·요오꼬」를 착취해 왔다는 것이 발단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프로복서를 움직이는 매니저들은 야누스인가.
한국권투위원회(KBC)에 3월 현재 등록된 매니저는 67명, 프러모터는 17명이다.
KBC는 이들의 난립을 막기 위해 지난 78년 이후 등록자에겐 프로복서의 경력이 있는 자에 한해 자격을 주는 규정을 두었다. 이중 프러모터는 매니저들이 모두 겸업을 하고 있다. 이는 매니저만 하는 경우 프러모터의 농간에 놀아날 우려가 있어 겸업을 하는 것이다. 매니저는 복서의 대전료 중 33%를 할당받으며 이중 10%는 트레이너에게 돌아간다.
한국프로복싱을 대표하는 매니저는 단연 극동프러모션 전호연 회강(65)이다. 한국프로복싱의 대부로 통하는 전 회장은 26년째 일선에서 활약하면서 김철호(WBC슈퍼플라이급 챔피언)를 비롯, 홍수환 김환진 김상현 김성준 등 5명의 세계챔피언을 배출하는 등 세계타이틀매치만 25차례 치러 18승7패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전 회장은 지난해 일본·중남미 등 해외출장만 15차례나 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8·15전부터 연예계에도 종사해왔던 전 회장은 한국의 전설적인 복서가 되고 있는 정복수의 은퇴경기를 주선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서순종 강석운 김규철 김현치와 이번「가네히라」사건에 관련된 최승철씨 등이 한국복싱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해외의 경우 미국의 흑인 매니저 겸 프러모터인「돈·킹」은 챔피언이상으로 유명하다. 전과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돈·킹」은 지난74년「무하마드·알리」와「조지·포먼」의 헤비급 타이틀 매치를 아프리카 킨샤사에 유치하면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대전은「알리」의 대전료 8백만 달러(약56억원)등 대략 2천만달러(약1백40억원) 짜리 흥행으로 유명하다. 이후「돈·킹」은 최근「슈거·레이·레너드」-「토머스·헌즈」의 타이틀전 등 수백억원짜리 대전만 주최하는 등 프로복싱 계의 거물로 자리를 굳혔다.
미국엔 「돈·킹」외에도「보브·애럼」(뉴욕 등 동부지역) 과「돈·프레이저」(로스앤젤레스 등 서부지역)두 매니저가 프러모터를 겸하면서 복싱 계를 석권하고있다.
동양의 경우 필리핀의「로페·샤리엘」, 일본의「가네히라」·「미사꼬」· 「신마」등은 모두 매니저와 프러모터를 겸업하고있는 유명한 국제매치메이커다.
「로페·샤리엘」은 지난65년 서강일과 타이틀매치를 벌였던 전WBA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플래시·엘로르데」의 장인이다. 또「가네히라」는 전WBA주니어플라이급챔피언 「구시껜· 요오꾜」에 이어 「도까시끼·가쓰오」를 키운 장본인이며「미사꼬」는 「와지마·고오이찌」(전WBA주니어미들급챔피언) 의 매니저로 유명하다.
프로복싱은 흥행이므로 옵션(이면약정)이란 괴상한 조항이 따르게 된다. 옵션은 챔피언 측의 매니저가 상대의 도전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3차 옵션까지 걸려 도전자는 챔피언이 되고도 옵션에 묶여 질질 끌려 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옵션에 묶여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복서가 사전오기의 신화를 남긴 홍수환이다.
당초 WBA가 지난77년 주니어 페더급을 신설, 4강 전을 벌여 챔피언을 결정하게 되자 일본의 프러모터인「신마」(신간)가 동양권 준결승전의 개최 권을 재빨리 얻어냈다.
이 개최 권을 얻어내는데「신마」는 최소한 5만 달러(약3천5백 만원)의 섭외비가 들었다는 후문이다.
홍은「고바야시」를 누르고 타이틀 결정전에서「카라스키야」(파나마)에게 극적인 KO승을 거두고 챔피언이 됐다. 그러나 이후 두 차례의 옵션에 묶여 2차 방어전까지 각각 3만 달러(약2천1백 만원)의 적은 대전료를 받는데 그쳤다. 그러나 「신마」매니저는 TV중계료 등으로 15만 달러(약1억5백 만원)이상을 거둬들였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경우는 김환진(전WBA 주니어플라이급챔피언)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12월16일 적지 일본에 뛰어들어 옵션에 걸린 2차 방어전을 벌일 때 6만 달러(약4천2백 만원)의 대전료를 받았지만 프러모터인「가네히라」매니저는 1억2천 만원의 총 수입을 올려 약8천 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같이 매니저와 프러모터를 겸해 재미를 보는「가네히라」에게 일본 복싱 계의 화살이 미 칠만 하기도 하다.
이번 폭로는 복서와 매니저의 묘한 얽힘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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