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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신당 추진 野 개혁파 시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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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신당 추진의 바람이 한나라당에도 미치고 있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은 29일 "한나라당 등과 접촉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자연히 시선은 한나라당의 개혁파 내지 진보 성향 의원들에게 쏠린다.

중앙일보는 이날 '국민속으로'와 '미래연대'소속 의원 24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4.24 재.보선 전에 여권 신당 추진파의 노선이나 개혁 주장에 호감을 표시하거나, 일부는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날 통화에서 한두 명을 제외하곤 "가당치 않다""시기상조다"란 반응을 보였다. "여당 내부의 권력투쟁에 불과한 신당론에 우리가 왜 놀아나느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현재로선 한나라당이 신당 태풍권에 휩싸인 것 같지 않다.

이부영(李富榮)의원은 "한나라당이 영남 중심의 극우 수구 경향을 보여 힘들어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신당 참여는 민주당의 일방적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의원 대부분이 신당의 정치적 속셈을 경계했다. "민주당의 신장개업"(金富謙.徐相燮),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코드 맞는 사람들만의 모임에 불과하다"(金晟祚)고 봤다.

심재철(沈在哲)의원은 "의원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게 내년 총선에서의 당선인데, 철새 소리를 들으려 하겠느냐"고 합류 가능성을 부정했다.

일단은 "당내 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태도였다. 임태희(任太熙).원희룡(元喜龍)의원은 '진정한 합리적 보수' '현대적 의미의 진짜 보수'를 하겠다고 했다.

권오을(權五乙)의원은 "盧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동요하는 의원들이 있었는데, 4.24선거 후 탈당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내 개혁에 대해선 불만이 많았다. 조정무(曺正茂)의원은 "당이 환골탈태해야지 이대론 안된다"고 말했다.

6월 전당대회를 전후해 당내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의원들도 많았다. 남경필(南景弼)의원은 "전당대회 결과 이긴 쪽이 독주하거나, 아니면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재편될 경우 당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수 의원은 "장기적으론 보혁구도로 정계가 개편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춘(金榮春)의원은 "신당론과 별도로 보혁구도가 모범답안"이라면서 "영.호남 지역주의 구도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구인 김홍신(金洪信)의원은 "신당은 바라던 바고 원하던 바"라고 환영했다.

그는 "이제 (거취 문제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민주당은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저렇게 개혁에 몸부림치는데"라고 했다.

金의원에 대해선 김무성(金武星)의원이 자진 탈당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비난했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북핵.경제위기 속에서 정계개편을 할 정도로 한가하냐"고 했고, 이규택(李揆澤)총무는 "결국 총선용 깜짝쇼, 노무현당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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