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일병, 태연히 '난사'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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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의 유족대표들이 22일 현장 재방문을 위해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헬기에 타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기도 연천 전방부대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유족대표 8명이 22일 현장 재검증에 나섰으나 김모 일병의 당시 행적에 대해 군 수사당국과 이견을 보여 현장검증이 3시간 만에 중단됐다.

유족 측은 "이날 오전 11시13분쯤 GP에 도착, 현장 재검증을 시작했으나 김 일병의 행적 재연이 국방부 수사 결과 발표 때 제시됐던 순서대로 진행돼 1차 수사 때와 다를 바가 없다고 판단, 오후 2시10분쯤 현장검증 참관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의혹 해소 차원에서 이뤄진 이날 재검증에서 김 일병은 포승줄에 묶인 채 30여분간 군 수사 결과 발표대로 내무반에 먼저 수류탄을 투척하고 소초장 김종명 중위 등에게 사격을 한 뒤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와 총기를 난사하는 행동을 재연했다. 생존 병사 14명 중 12명도 범행순서에 대해 같은 내용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족들은 일부 생존 부대원과의 면담 등을 토대로 "김 일병이 소초장 등을 먼저 사살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와 수류탄을 투척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김 일병의 구체적인 범행 행적은 사건 진상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로 이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전반적인 의혹 규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날 현장검증에 참가한 김 일병에 대해 유족 대표 중 한 명인 차정준(52.고 차유철 상병 아버지)씨는 "김 일병이 피해자 부모들을 보고도 흐트러짐이 없는 담담한 표정이었으며 너무도 침착하게 상황을 재연했다"고 전했다. 김 일병은 '왜 그랬느냐'는 유족의 질문에 "미워서 다 죽이려고 그랬다"고 태연하게 대답했으며, 범행 재연 과정에서 유족들과 마찰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현장 참관 전면 거부 및 수사단장 교체 ▶국방부 장관 및 육참총장 면담 ▶생존 소대원의 즉각 조문 실시 및 특별휴가 등 3개 항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국방과학수사연구소 요원 4명을 포함한 군 수사요원 10명, 국가인권위 위원 4명, 당시 GP 근무 병사를 포함한 장병 24명, 군종장교 6명 등 50여 명이 지켜봤다.

성남=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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