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열도 '삼각 분쟁' 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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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과 중국이 벌여 온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지도) 열도 영유권 분쟁에 대만까지 가세했다.

대만은 21일 자국 어민 보호를 이유로 정치인들까지 탑승한 군함을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켰다. 돈독한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일본과의 관계를 감안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된 주장을 일절 자제해 온 이전의 태도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야당.어민들의 반발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센카쿠 열도는 현재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 대만, 군 비상령 발동=왕진핑(王金平) 대만 입법원장과 리제(李傑) 국방부장, 여야 의원 14명은 21일 해군 프리깃함 '펑양(鳳陽)'호에 몸을 실었다. 대만 어민들이 일본 순시정에 나포되거나 쫓겨나곤 했던 댜오위다오 해역으로 출동하기 위해서였다. 대만 해군은 10여 척의 군함과 순시선, F-16 전투기를 배치해 일본 측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비했다.

왕 원장 일행은 이날 오전 9시 대만 동북부 쑤아오(蘇澳)항을 떠나 쑤아오.댜오위다오 간 중간선을 넘어섰다.

이들은 함정 위에서 "국가주권을 지키자!" "중화민국 만세" 등을 외치며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 대만 군부는 여섯 가지 작전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대만.일본 간의 무력 충돌 ▶중국 해군 개입 등을 변수로 감안해 해.공군에 비상 경계령도 내렸다.

◆ 어민 반발이 기폭제=대만 어민들은 "정부가 어업권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내걸고라도 조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만 어선 '진밍차이(金明財) 11호'가 일본 해군에 나포된 이후 어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일부 정치인이 호응했다.

그러나 대만 정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는 국민당 주석 자리를 노리는 왕 원장이 펼친 한판의 정치 쇼"라고 폄하했다. 왕 원장은 다음달 16일 마잉주(馬英九) 타이베이(臺北) 시장과 국민당 당권을 놓고 경선을 치른다.

◆ 냉철한 일본=일본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섣부른 무력 대응이 대만은 물론 중국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일본 방위청 장관은 이날 "일본은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처리하겠다"며 "대만 역시 냉정함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본 외무성은 "대만 군함이 출동할 경우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중국의 계산=중국은 내심 흐뭇한 표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만과 일본 간의 틈새를 최대한 벌릴 수 있다는 계산을 갖고 있다.

대만 독립단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대만 합병 ▶일본 반대 ▶미국 견제의 3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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