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스 러시아 여군' 명 받았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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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스 러시아 여군 선발대회에서 크세니아 아가르코바 중위가 우승한뒤 왕관을 매만지고 있다. 21명의 러시아 여군들이 결선에 진출해 "견장을 가진 미인" 타이틀을 놓고 겨뤘다.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중앙군사아카데미 극장에선 21일 '미스 여군 선발' 결선대회가 열렸다.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자질까지 평가하는 독특한 대회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이 행사는 러시아군 당국이 추락하는 군 이미지를 개선하고 젊은이의 자발적 군복무를 장려하기 위해 마련했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특별히 화려하게 치러졌다. 유명 음악가.모델.연예인도 참가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결선대회에는 지난 수개월 동안 육.해.공군.우주군 소속 산하 부대에서 예선전을 통과한 19명의 여군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여군들은 대부분 장교와 하사관들이었다. 심사위원단은 국방부 관계자와 언론인 등으로 구성됐다. 외모와 무대 매너 등이 주요 심사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미인대회에서 빠지지 않는 수영복 심사는 없었다. 나이와 신체 사이즈 등도 공개되지 않았다. 심사위원장인 니콜라이 부르비가 소장은 "뭣하러 여군들의 옷을 벗겨야 하는가. 이것은 군사기밀로 남겨두자"고 말했다.

예선에선 외모 외에 사격술.격투기.독도법 등에 대한 종합심사가 이루어졌다. 왈츠 솜씨도 포함됐다. 마르타 마길레프스카야 대회조직위원장은 "미스 여군 선발대회는 가슴과 다리만을 평가하는 육체의 경쟁이 아니다. 외적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군인에게 필수적인 머리와 용맹성, 헌신성, 전문성 등의 자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 우승자는 러시아 해군 북해함대 소속 미사일 엔지니어인 크세니야 아가르코바 대위였다. 뛰어난 미모를 갖춘 아가르코바는 지금까지 18번의 미사일 발사 훈련에서 우수한 업무 능력을 발휘, 공훈훈장까지 받은 여군이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중위에서 1계급 특진하는 영광도 안았다.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군 기강 해이, 군대 내 폭력, 젊은이의 징집 회피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미스 여군 선발대회'는 군의 위상과 사기를 높이려는 방책인 것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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