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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화, 중국 혁명음악 … 가을 광주 문화로 물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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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만추의 고독과 사색을 길어올리는 문화·예술의 향연이 호남 곳곳을 수놓고 있다. 이번 주말 광주에서는 조선시대 미술과 중국 혁명음악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 21일부터 ‘공재(恭齋) 윤두서(1668~1715)전’을 열고 있다. 공재 서거 300주년을 맞아 해남 윤씨 일가의 서화 세계를 조명하는 대형 이벤트다. 조선 후기 선비 그림의 선구자인 공재는 인물화와 말 그림을 잘 그렸다. 고산(孤山) 윤선도의 증손자로 겸재(謙齋) 정선, 현재(玄齋) 심사정과 더불어 ‘조선 후기 삼재(三齋)’로 불린다. 공재는 외증손자인 정약용과 허련·김홍도 등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은 공재가 그린 ‘자화상(작은 사진)’이다. 국보 제240호인 국내 최고의 자화상이 해남 녹우당의 현판과 함께 걸려 있다. 강렬한 눈빛에 호랑이 수염을 한 조선 선비의 당당한 모습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당쟁에 휩싸인 사대부 사회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 선비의 대쪽 같은 기상이 담겨 있다. 녹우당은 고산의 집안인 해남 윤씨 종가의 사랑채다. 공재의 아들(윤덕희)과 손자(윤용)로 이어지는 맥은 호남 회화 300년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다산이 공재의 손녀인 어머니를 따라 유년 시절을 보내며 학문적 소양을 쌓은 곳이기도 하다.

해탈을 앞둔 듯한 노승의 고고한 모습을 필묵의 농담 처리로 묘사한 ‘노승도’.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필선을 사용해 인물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사진 국립광주박물관]

 공재 일가의 작품들이 총망라된 점도 특징이다. 보물 제481호인 ‘윤씨가보(尹氏家寶)’와 ‘가전보회(家傳寶繪)’ 등 녹우당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작품 200여 점이 공개된다. 공재의 ‘노승도’나 ‘대동여지지도’ ‘일본여도’ 등이 한 자리에서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는 24일 ‘페스티벌 오! 광주-정율성 축제’가 개막된다. 중국 혁명음악의 대부인 정율성(1914~76)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행사다.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중국으로 건너가 ‘팔로군 행진곡’과 ‘연안송’ 등 360여 곡을 작곡했다.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 다음으로 널리 연주되는 곡이다. 1930~40년대 중국 병사들 사이에서 널리 불려 인민해방군가로 공식 지정됐다.

 축제는 24일 오후 7시30분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시작된다. 정율성 오페라 ‘망부운’ 서곡과 정율성 가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연주된다. 지휘는 엔 샤오 타이베이(臺北) 국립교향악단 예술총감독이 맡는다.

 25일에는 축제 무대를 빛고을시민문화관으로 옮긴다. 오후 5시 중국 허베이(河北)성 기예단과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예술단이 관악기인 생황과 피리·비파로 공연한다. ‘청명상하도’와 ‘춘강화월야’ 등 중국 음악을 이색적인 악기 연주로 들려준다. 소프라노 추이쌍은 중국의 3대 작곡가로 추앙받는 정율성의 가곡 ‘매화를 읊노라’를 부른다.

 오후 4시부터는 정율성이 초등학교를 다녔던 전남 화순에서 한·중 합동 음악회가 열린다. 31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리는 미디어 영상제도 볼거리다. ‘정율성 100년의 숨결’이란 주제로 다양한 영상물과 육성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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