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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장애인 취업 도우미, 보조공학기기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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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대한민국 대표팀의 아쉬운 탈락으로 마감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하지만 필자는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식에서 의미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았다.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10대 소년의 시축이었다.

 이 소년은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상태였지만, 미국 연구진이 개발한 특수 재활 로봇을 착용하고 시축에 나서게 됐다. 특정동작을 취할 때 소년의 몸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헬멧과 이를 해석해 다리에 명령을 내리는 컴퓨터를 통해 축구공을 차게 되는 원리다.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도 생각만으로 발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짧은 시축이었지만 소년이 움직이는 발이 주는 감동은 오히려 길었다. 시축 장면을 지켜 본 전 세계의 장애인은 희망과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기기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기기의 활용과 지원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입술의 움직임과 호흡만으로 마우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특수마우스, 음성 인식으로 책장을 넘겨주는 특수 로봇, 시력 장애를 극복해주는 문자 음성전환기기와 확대 독서기 등이 그 예다.

 보조공학 기술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등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활용된다. 보조공학기기가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한 불편함을 줄여주고 지원하는 도구로 알려지면서, 다소 생소했던 ‘보조공학’이라는 용어도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는 가전제품을 제작할 때 장애인과 고령자가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표준(KS)이 정비된다. 문이나 손잡이 등 개폐장치를 설계할 때 장애 종류별로 고려할 사항이 정의된다.

 예컨대, 시각장애인은 정해진 위치에 냉장고 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은 경우 문을 여닫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청각장애인은 TV의 음량조절 등 일반인이 단순하게 여기는 기능을 미세하게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앞으로는 이런 불편함이 국가 표준의 틀 안에서 점차 개선될 수 있으리라 본다.

 장애인 고용의 미래 역시 고무적이다. 지난 8월 민간기업을 비롯해 국가·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하는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공공기관의 장애인의 의무 고용률이 2017년 3.2%, 2019년 3.4%로 단계적으로 오르고, 민간 기업 역시 2.7%에서 단계적으로 3.1%로 조정된다. 장애인의 직업생활을 돕기 위한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의 중요성도 커졌다.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은 매년 확대되고 있는 추세로,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취업 기회가 확대되고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도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흔히 보조공학기기를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라고 부른다. 장애인의 삶을 밝혀주는 따뜻한 기술이라는 뜻에서다. 이런 따뜻함을 지속하려면, 국민의 관심 이상의 지원은 없을 것이다.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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