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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스폰 연주자 케니 지, 홍콩 시위 현장 깜짝 방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가 도심을 점거한 지 25일째인 22일, 시위 현장에 뜻밖의 손님이 방문했다. 미국의 색스폰 연주자 케니 지(58)였다. 그는 시위대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하고 “모두가 평화롭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그의 행동은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그의 방문이 양측(시위대와 중국 정부) 모두에 논란과 음모론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케니 지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달에는 중국에서 4회의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특히 1989년 발표한 ‘고잉 홈(Going Home)’은 수많은 중국인의 귀에 익은 연주곡이다. 많은 쇼핑몰·놀이공원 등에서 폐점을 알리는 곡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 곡이 들리면 중국인들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안다”고 썼다.

이처럼 인기 있고 친숙한 케니 지가 시위 현장을 찾자 중국 정부는 불편한 반응을 내비쳤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도심을 점거한 시위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외국 정부나 개인이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시위대의 불법적 활동을 지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위대 측에서도 “베이징에서 케니 지를 보냈다”는 음모론이 나왔다. ‘고잉 홈’이 나오면 집에 가는 것처럼, 그의 방문엔 시위대도 해산하고 귀가하라는 재촉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케니 지는 트윗을 삭제하고 “내가 시위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용하는 건 부당하다. 홍콩과 중국의 평화를 바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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