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가 신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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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벌써 문을 닫은 것으로 알았던 무인가신학교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문교부는 전국 1백19개 무인가신학교 가운데 56개교가 올해에도 4천5백명의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벌써 80년에 당국이 「무인가신학교 정비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작년엔 「무인가신학교 정비·육성조처」가 있었는데도 여전한 것 같다. 무인가신학교는 누구보다도 특히 기독교의 발전과 나라의 교육제도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빨리 해결돼야할 문제다.
이는 원래 정부의 허가없이 신학교를 세워 특정교파의 교역자를 양성하는데서 생겼다.
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의 대부분은 학교운영자금이나 기본재산·시설도 없이 교회의 부속시설을 이용해서 무자격교수진의 부실한 교육으로 무자격 교역자만을 양산했다고 한다.
이들은 중학졸업정도의 학력자에게 대학입학자격을 주고 학사·석사·박사의 학위까지 남발해 왔다고도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는 두가지 면에서 우리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주고있음이 분명하다.
하나는 이들이 종교를 내세워 불법을 자행했다는 사실이요, 또 다른 하나는 국민의 건실한 종교생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학교설치는 어디까지나 사립학교법이나 교육법의 영역인만큼 이를 무시하고 멋대로 신학교릍 설립·운영한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할 법이 예외적 특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나타낸다면 그것은 분명 부당한 일이다.
거기에 교역자는 인간의 정신생활과 신앙생활을 올바르게 인도해 나갈 막중한 사명을 띠고 있는 자리인데도 그들이 올바른 자격을 갖추지 못한채 선교나 목회에 나서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무학의 교역자가 허울좋은 박사를 들먹이며 순진한 신도들을 기만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과거의 사이비종교들이 혹세무민하던 행태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우리나라 기독교는 지금 8백만 신도를 옹하는 대교세를 자랑하고 있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무려 1백에 이르는 크고 작은 교단으로 분파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중엔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건실한 교단도 있으나 어떤 경우는 속신·사이비종교의 영역에 머무는 군소교단도 적지 않다.
그런 상황을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모든 종교가 스스로 건실한 방법으로 품위를 높이고 인간구원의 사명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물론 무인가신학교를 운영하는 교단이 모두 부실한 교단일리는 없다. 또 그중엔 교단발전의 과정에서 부득이 잠정적인 불법부실을 저지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은 이를 용인한 역대 정권의 행정능력에도 책임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단에선 1교단 1신학교인가, 20만 신도에 비례한 1신학교인가를 주장하기도하고 또 인가를 신청중인 56개신학교에 대해 선인가·후보완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칙의 입장에서 보면 종교는 종교의 기본정신에 투철하여야하며 불법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물론 작은 교단이라도 교세를 넓히려면 교역자가 필요하겠지만 그같은 무리와 부실로 교세를 넓히는 것은 결코 올바른 방법일 수도 없고 올바른 종교인의 태도일 수도 없다.
교세확장은 이성적·합법적인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기독교단엔 지금 인가된 35개의 신학교가 있다. 이들 신학교를 이용해 우선 자파의 교역자를 교육해서, 교세를 확장해가고 그 다음에 정규 신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순서일 것도 같다.
우리는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무인가신학교 문제가 기독교단 전체에도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촉구하면서 문교당국과 관계교단들이 함께 지혜를 짜 이성적 수습책에 협조하기를 당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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