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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한국 희망은 우주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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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향후 우주를 장악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세론을 입증이라도 하듯 미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앞다퉈 우주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인류의 우주개발사업을 주도하다 체제 이행기의 혼란 때문에 한동안 이 사업에 투자하지 못하던 러시아도 최근 들어 체제 혼란을 극복하자마자 새로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미래 고부가가치사업인 우주개발에 대해 선진국들이 역량을 집중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신수종 산업을 찾고 있는 우리도 국가전략 차원에서 우주개발 및 관련 산업 육성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우주개발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발사체 기술 확보가 가져다주는 국제적 위상 제고, 국방 기술 향상, 우주산업의 활성화, 국민의 자긍심 고취 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국책사업이다.

물론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현재 우리나라도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입안, 추진 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총 5조2000억원을 투입해 2007년까지 100㎏급 위성/300㎞ 궤도, 이어 2010년 1t급 위성/800㎞ 궤도, 목표 연도인 2015년에는 1.5t급 위성을 800㎞ 궤도에 올려놓는 발사체 개발을 완료, 발사에 들어가도록 계획돼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우주산업국이 된다.

그런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달나라에 인간이 발을 디딘 지 36년째이고, 우주정거장이 설치돼 우주비행사들이 거침없이 드나들고 있는가 하면, 위성분야만 하더라도 4.5t의 위성을 3만6000㎞의 정지궤도에 올려놓고서는 방송과 통신의 통합과 함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그런 세상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우리의 중장기 계획은 문제가 없는지 묻고 싶다. 현행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고 전제하더라도 5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1.5t의 위성을, 그것도 10년 뒤 지상 800㎞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았다고 한들 그것이 갖는 의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성은 크게 상업용과 과학위성으로 나뉜다. 먼저 우주선, 지표 탐사, 해양-기상 조사 등 다양한 실험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 과학위성이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황우석 교수의 런던 첨단 생명과학 발표회나 세계청소년축구 대(對)나이지리아 전에서 박주영 선수의 통쾌한 슛 장면 등을 안방에서 즐기게 해주고, 세계 어느 곳 사람들과도 통화를 가능하게 도와주는 것 역시 통신위성의 덕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란 있을 수 없고, 때가 있고, 국가경제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웃 일본의 우주개발 정책만 보더라도 이제까지 최첨단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던 방식에서 벗어나 '신뢰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며, H2A 로켓 개발 같은 국가 주도 사업도 민간 주도로 되면서 미쓰비시중공업이 맡게 했다.

우리 기술의 성공사례인 한국형 표준원자로만 하더라도 상업 발전과 병행 개발했기에 그처럼 짧은 기간 내에 기술 자립을 이뤄낼 수 있었음을 상기했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사업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기존 중장기 계획에 의한 연구개발은 정부 주도로, 상업위성 발사사업은 민간 주도로 병행 추진하는 윈윈(win-win)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이 민자사업은 한.호.러가 함께 참여하며, 우리나라가 주도하게 된다. 러시아로부터는 상업용 추진로켓 독점권 계약을 이미 따냈고, 적도선상에 근접한 500만 평 규모의 발사장 부지를 확보했으며, 국내외 기업들이 본사업에 다수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우리나라 선도 기업 대표의 심경 토로가 화제다. 신기하다는 이름 그대로 현대판 로켓인 신기전(神機箭)을 15세기에 만들어낸 민족이다. 자랑스러운 조상의 얼을 계승 발전시키고, 우주시대의 시운을 잡아 세계 속의 우주개발국으로, 기술한국으로 우뚝 솟았으면 한다.

한영성 전 국가과기자문회의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