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건물과 미술품 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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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형건물 신축에 건축비의 1%를 미술품 구입비로 쓰게 한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 날, 이 이야기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화젯거리가 되고도 남을만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우리 현대건축이 최소한의 엔지니어링 수준에도 미달하고 있는 터에 이와 같은 논의는 전반적으로 환경의 질이라는 문제에 대한 의식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발전적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 듯하다.
그중 중요한 것이 강제규정의 문제인데 이것은 법리상으로도 모순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고 당국에서도 그 점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왜 모순이 되느냐하면 이 아이디어의 법적 근거가 되는 문예진흥법에는 「권장할 수 있다」로 되어있는 것을 조례에서 의무 규정화 하는 것이 법리상의 문제로 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강제 규정으로 되어있는 대형건물의 방재설비나 공해방지실비의 경우를 보아도 건축주 자신들이 그 필요성에 모두 공감을 하면서도 어떤 방법으로든 회피해 보려는 경향이고 심지어는 에너지 절감이나 건물의 보온, 또는 여러 가지 관리유지비 절감방법들이 초기투자를 줄이기 위해 눈감아지고있는 상황이 아닌가.
다른 한 가지로, 법규상 대형건물의 구분이 연건평 3천평 또는 11층 이상의 건물로 되는 것은 방재 규정의 경우에 준한 것이나 어떻든 상당히 고급한 건물일 경우 3천평의 건축비가 30억원 정도로, 그중 1%라면 3천만원인데 그 돈으로 미술품 두 세 작품을 사는 것이 3천평 건물에 얼마나 예술적으로 보탬이 되겠느냐는 걱정꾼들도 있다. 이런 걱정은 내 생각으로는「미술품」이라는 한정된 단어의 협의의 해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현재 조경 설계나 인테리어 디자인이 건축 설계와 별도로 발주되고 있는 경향을 보면 조경과 인테리어 외에도 그래픽, 로고(LoGo type), 사인시스팀, CIP(Co-operative Identity Program) 등 정말 예술적으로 건물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회화나 조각 작품에 관한 한 「미술품」이기보다는 위에 열거한 광범한 「예술품」들이 포괄적으로 고려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로 잘 조경 되지 않은 정원에 서있는 을씨년스런 조각품이나 잘 설계되지 않은 실내공간에 걸린 덜렁한 그림 한 폭은 그것 자체로 아무리 값비싸고 훌륭한 작품일지라도 소용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건물의 설계가 우선 잘 되어야하며 그 위에 조경과 인테리어가 잘되어야 하고 그리고 그 위에 그림과 조각이 어울려야 할텐데 그러고 보면 걱정은 더욱 산적해 가는 것이다.
외국에는 쿨링 타워를 분수대로 응용한 훌륭한 작품들도 있고 건물의 외벽을 슈퍼그래픽으로 처리한 관광작품도 있는 터에 순수회화·조각에만 국한하는 것은 하기야 발상 자체가. 우스워지기도 할 것이다.
또 구태여 걱정을 하자면 화가 조각가에게도 문제는 있을 것이다.
「알렉산더·칼더」나 「헨리·무어」의 조각들처럼 건축을 먼저 이해하고 거기에 빈틈없이 걸맞은 작품들을 그들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어떻든 이 모든 것을 기우로 하고 일단 시작은 해볼 일이다.
비슷한 예는 프랑스와 멕시코에도 있었고 특히 미국의 공황기에 화가·조각가를 돕기 위한 비슷한 조치는 미술사에도 언급되는 바이니 시작하는 것만으로 반을 이루어 놓으면 좋은 방안들이 나올 것이다. 미술품 구입이나 건물과 주변 환경의 예술적 처리들에 대해 손비 처리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가다 보면 또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우리의 안목과 의식수준에 달린 문제라는 것을 전체로 하면 꼭 어떤 건물의 신축에 아트디렉터가 개입하지 않아도 그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원<건축가>
◇약력 ▲1943년생 ▲1965년 서울대공대 건축과 졸 ▲1973년 네덜란드 바우센트눔대학원 수학 ▲1979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장려상 수상 ▲현 한국인테리어 디자이너협회 부회장 및 건축연구소 광장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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