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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된 불교문화재 숨겨온 사립박물관장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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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회수된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비롯한 불교 문화재들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뉴스1]


 사립박물관장이 27년간 전국 20개 사찰에서 도난된 조선시대 불교 문화재들을 사들여 개인 창고에 보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불교 문화재를 은닉한 혐의로 사립박물관장 권모(73)씨를, 문화재 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경매업체 대표 이모(53ㆍ여) 씨 등 12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권씨와 이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권씨는 이씨로부터 전남 순천에서 도난된 불화 ‘지장시왕도’, 강원 삼척 영은사 소유 ‘영산회상도’ 등 문화재 48점을 총 4억4800만원에 사들인 뒤 경기 성남에 있는 창고를 타인 명의로 임대해 이 문화재들을 26년간 숨겨온 혐의다.

평소 건설업 등 개인사업을 병행해왔던 권씨는 사채업자 10여명에게 3년간 수십억원을 빌리면서 이 문화재들을 담보로 맡겼다. 이후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이자를 낼 수 없자 이 중 한 사채업자가 미술품 중 5점을 경매에 내놓으며 도난 문화재가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됐다.

권씨는 “개인적으로 불교문화재에 관심이 많아 수집한 것일 뿐, 도난된 문화재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에선 도난 문화재인 줄 알면서도 은닉했을 가능서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보은 광역수사대 팀장은 “문화재의 출처를 알 수 있는 화기(畵記ㆍ제작자와 봉안 장소 등을 적은 기록)들이 대부분 훼손돼 있어 문화재 전문가라면 누구나 도난을 의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보호법 상 화기가 훼손된 문화재를 취득한 경우 고의성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회수된 문화재들 중엔 17~18세기에 제작된 불화들이 포함돼 있어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울 조계사에서는 이번에 회수한 불교무화재 48점을 23일까지 서울 종고루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1층 로비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영상=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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