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빌딩 꼬리 무는 분양 사기|공사비 한푼 없이 "착공시늉" 계약금·중도금 챙겨 달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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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사비 한푼 없이 입주희망자들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미리 받아 건물을 짓는 시늉을 하다 건축주가 잠적하거나 교묘한 수법의 송사를 일으켜 분양자들을 골탕먹이는 분양사기와 전세든 건물을 2중으로 전세 놓고 자취를 감추는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같은 사건은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일반주택이나 아파트의 신축 또는 매매가 부진하자 상가건물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있는 현상으로 입주자들은 피해회복을 위해 민사소송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들여놓은 자금과 소송비용·소송기간 등으로 피해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일쇼크전인 72년의 부동산 경기침체 때도 부동산을 미끼로 한 사기사건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나 7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경기가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자 최근 들어 이같은 사기사건이 다시 성행해 서울시경 산하 23개 경찰서에 월평균 50건이 접수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부동산 사기수법은 ▲분양광고를 그럴듯하게 내 건물 값보다 더 많은 분양금을 받아 건물완공 전에 달아나는 수법 ▲건축주가 시공업자에게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의 일부를 공사비대신에 양도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건물부터 짓게 한 후 건물을 몰래 팔거나 분양한 후 달아나는 케이스 ▲삭월세로 집을 빈 후 전세를 놓아 전세금을 챙겨 달아나는 수법 ▲싼집을 매입, 중도금만 내고 전세를 놓아 중도금보다 많이 가로채는 경우 ▲빚 대신 집을 잡은 후 집이 안 팔리자 전세를 2중·3중으로 놓고 달아나는 사례 등이다.
서울 서초동 2l7의2 서천상가(건평2천5백22평·지상5층·지하2층) 분양상인 백병권씨(44·서울 내곡동 21l)등 22명은 80년 12월 건축주 장모씨(서울 수유동)가 공사시작 전에 미리 낸 분양광고를 보고 지하층은 평당 70만∼1백만원, 1층은 1백50만∼4백만원씩 1인당 최저 2천만원에서 1억1천만원씩 모두 15억원의 분양금을 치르고 61개 점포 중 30개를 계약했다가 분양금만 물린 채 고통을 겪고있다.
장씨는 상가가 들어선 이 땅(총7백8평)의 소유자가 아니고(지주는 6·25때 행방불명) 재산관리인에 불과한데다 이중 일부(3백7평)를 이재천씨(35·서울 방배동 352의7)에게 판 후 80년 12월 이씨와 공동 건축주로 하고 공사비도 거의 없이 건물공사를 분양상인들이 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시작해 놓고는 공사를 마무리짓지 않아 사기혐의로 피소돼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분양신청자들을 골탕먹이고있다.
장씨는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사기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는 바람에 혼자 공사를 떠맡아 오던 동업건축주 이씨마저 부도를 내고 공사를 중단했다.
분양자들은 불입금을 건지기 위해서는 건물을 완공시켜야할 입장이어서 수천 만원의 빚을 내어 건축주 장씨가 지불해야할 잔여공사비 7억5천만원을 공사에 참여했던 66개 납품업자 등 시공자들에게 대신 지불했으나 이 돈마저 물리고 공사는 미완성인 채 남아있어 또다시 장씨를 지난달 25일 서울 북부경찰서에 사기·배임혐의로 고소하는 등 옥신각신하고있다. 이밖에 서울 다동35 뉴타운호텔 목욕탕에 전세든 엄한섭씨(42)와 다방주인 박찬숙씨(26·여) 등 2명도 전세사기 피해자들.
이들 전세피해자는 서울 다동35 뉴타운호텔 공동사장 김두석(35·서울 신공덕동 2의6) 박초무(37·서울 대흥동 16의50)씨 등 2명이 호텔 건물주 홍모씨와 보증금 1억원, 월세 1천80만원에 전세입주 계약을 한 문모씨로부터 지난해 9월 보증금 1억원, 월세 1천2백70만원에 전세 재계약을 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박씨는 지난해 9월20일 보증금 1천7백만원·월세 1백만원에, 엄씨는 보증금 4천5백만원·월세 1백90만원에 이 호텔의 목욕탕과 다방을 전세로 운영했다는 것.
그러나 김·박씨 두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호텔종업원 임금 1천3백만원과 전기료 1천만원, 수도료 2백만원, 기름값 2천만원 등을 갚지 않은 채 지난달 26일 행방을 감추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6일부터 호텔은 영업이 중지된 체 문을 닫았고 엄·박씨 등은 전세금을 되돌려 받을 길이 없어 막연한 상태이고 호텔종업원 20여명도 임금을 받아달라며 관계기관 등에 진정하고있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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