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떠나 한국 강단에 선 연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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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예술대학의 오순택(69) 석좌교수는 한국인으로는 드문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다.

그는 1974년 개봉된 영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 로저 무어와 함께 출연했다. 6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연극 '라쇼몽'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007…' 외에도 미국에서 숱한 연극과 영화, 그리고 TV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냈다.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면 수입도 짭짤하고 상당한 명성도 누릴 수 있지요. 그러나 연기자에겐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매체가 무엇이든 연기자로서의 끼를 제대로 발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우선이지요."

때문에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연기자 오순택'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선 연극과 영화, TV 등 매체 사이의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마치 연극배우와 영화배우, TV 탤런트가 다른 직업처럼 취급받지요. 수십 년 무대를 지켜온 재능있는 연기자가 연극배우라는 이유로 영화판이나 TV 드라마에서 홀대받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연기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매체라는 껍데기만 남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2001년 한국으로 돌아온 오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계명대에서 후진을 양성하다 올해부터 서울예술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오씨는 "연극과.영화과 등으로 분화된 대학의 모습을 보면서 대학에서의 연기 교육이 너무 기술적인 면에 치우쳐 있는 게 아닌가, 그 결과 걸음마 단계 때부터 연기자들 사이에 이런 칸막이가 쳐지는 게 아닌가 걱정스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과들을 통합하는 등 연기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에서는 연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기술적인 것들은 현장에서도 배울 수 있어요. 이를 위해 미국에서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학사일정까지 만들어봤지요."

서울예술대학 측은 "오 교수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59년 미국으로 가 UCLA와 뉴욕의 배우전문학교(The Neighborhood Player School of the Theatre)에서 공부했다. 2년제 대학원인 배우전문학교는 그레고리 펙, 폴 뉴먼, 스티브 맥퀸 등 유명 연기자들을 배출한 곳이다.

글.사진=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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