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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 사고' 하중실험…35초만에 지지대 반으로 갈라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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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2 A동 앞.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도중 철제 덮개가 무너져 16명이 사망한 건물 환풍구 옆에 크레인 1대가 놓여 있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검증단이 환풍구 철제 덮개를 떠받치는 받침대의 부실 시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현장실험에 동원한 것이었다. 환풍구는 가로 6.6m, 세로 3.6m의 직사각형 형태로 원래는 철제 덮개 13개가 덮여 있었다.

철제 덮개를 밑에서 받치던 일자형 철제 지지대는 가로 1개, 세로 2개가 있었지만 이중 2개가 휘거나 떨어져 세로 1개만 남아 있었다. 국과수 연구원들은 이 남은 지지대에 도르래를 걸고 도르래 줄을 크레인과 연결했다. 크레인이 '웅~' 소리를 내며 작동하자 도르래 줄이 지지대를 아래 쪽으로 잡아 당겼다. 실험이 시작된지 20초. '끼익~' 소리가 났다. 25초가 되자 지지대를 고정한 볼트가 빠져나갔다. 10초가 더 지난 35초 때는 결국 지지대가 두 동강이 나며 부러졌다.

실험 측정값은 나왔지만 지지대가 애초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산출하는 작업은 이제부터다. 부러진 지지대가 이미 사고 당시 충격으로 손상돼 정밀 분석을 통해 이를 최종 하중값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과수 김진표 법안전 과장은 "환풍구 덮개나 받침대는 물건을 얹는 용도가 아니어서 별도의 하중 기준이 없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사고 환풍구의 지지대가 정상 시공된 제품과 차이가 있는지, 사상자 27명의 무게를 견디는 데 충분했는지를 가리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환풍구 철제 덮개와 지지대에 대한 구조·설비 분석, 용접 상태 등에 대한 감식도 했다. 환풍구 지지대 부실시공에 대한 감식 결과는 이르면 24일쯤 경찰에 전달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실시공으로 판단되면 환풍구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 안전점검 등 관리 책임이 있는 유스페이스몰 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축제 주최·주관사와 안전 관리 책임이 누군지를 밝히는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데일리와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하 경기과진원), 성남시가 20일 유족들과 보상금 합의를 하면서 주최기관을 이데일리와 경기과진원으로 정리했지만 수사는 이와 별개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이데일리 등 축제 주요 관계자 30여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데일리 곽재선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데일리 측 축제 계획서 상 최고 결재자인 김형철 사장이 애초 기획 단계부터 곽 회장의 지시나 결재를 받은 정황 이 드러나면 곽 회장 역시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 발부 받아 이데일리와 경기과진원 등 법인과 주요 관계자의 금융 계좌 및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이들 사이에 축제 협찬금을 포함해 다른 금품이 오갔는지 등을 보기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 보강을 통해 축제 주최자와 안전 관리 책임자 등을 가린다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난 환풍구가 공연이 이뤄진 광장 밖에 있지만 애초 축제 계획상 환풍구 앞에 위치했던 무대를 옮긴 만큼 관람객이 환풍구 위에 오를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영상 최효정 기자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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