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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구] '조계종'목사 ? '장로종'스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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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진 화 증심사 주지(왼쪽)·최명진 꿈이 있는 교회 목사(오른쪽).

광주 무등산 자락 증심사의 주지 진화스님에겐 친아우 같은 목사 동생이 있다. 최명진 목사가 그 분인데, 그는 광주 번화가에 자리잡은 '꿈이 있는 교회'소속이다. 진화 스님과 최목사는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종교인 모임'의 회원으로 만났다. 이 모임은 광주 일대를 중심으로 신부·교무(원불교)·목사·스님·수녀 12명이 동참하며, 2002년 결성 이후 도타운 정을 쌓아왔다.

2년 전부터 매달 보름달이 뜰 즈음 '풍경소리'라는 산사음악회를 열며 대중에게 음악으로 다가가는 것도 그 활동 중 하나다. 이때 진화 스님과 최 목사는 총지휘자와 진행자로 호흡을 맞춘다. 식구들은 소속이 다른 성직자가 아닌 벗으로 이해하는 차원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막내인 최 목사는 서슴없이 말한다. "스님은 우리 조직의 큰 형님이세요."

'큰 형님'진화(眞和) 스님(47). 법명의 글자 그대로 진정한 화합이 아닌가 싶다. 스님은 1981년 송광사에서 출가해 88년 해인사 강원을 나왔다. 선방도 다녔지만 이판승 사판승의 구분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이판승, 즉 학승이다. 96년부터 '고려대장경연구소'의 부소장을 맡아 2000년 팔만대장경 전산화 작업을 완성시켰다. 현재는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장과 풍경소리지기도 맡고 있다.

"개인의 복을 위한다고, 절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스님들이 신도들을 불교라는 틀 안에, 절 안에 가두어 버리는 성향이 있지요. 그걸 거부하는 최목사 아우님과 저는 같은 과(科)이지요."(진화 스님)

진화 스님은 제도화된 종교의 조직이 만들어낸 병폐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그런 정신을 행동으로 옮긴다. 증심사 신도들과 함께 매월 다른 사찰을 순례하는 108 사찰 순례 행사를 연다. 이것만이 아니다. 스님은 매년 성탄절을 맞아서는 교회와 성당에 성탄 메시지를 전하고 축하 캐롤도 함께 부른다.

최명진 목사(37). 장발에 수염까지, 범상치 않은 외모의 그는 고교시절 기독교에 입문했다. 광주신학교와 총신대대학원을 나와 99년 안수를 받았다. 광주 동산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을 즈음 개척 교회의 필요성을 절감해 교회를 열었다. '열린 교회'로 운영되는 이 교회의 특징은 주 중 내내 개방된다는 점. 성경, 동화책, 소설, 만화책도 있고, 장소가 필요한 사람에게 교회 공간을 수시로 빌려준다. 목사는 이래야 한다는 공식을 거부한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이 했던 'I have a dream'이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이름도 '꿈이 있는 교회'로 지었어요. 킹 목사 말처럼 종교, 피부색을 떠나 흑인, 백인, 황인 모두 같이 한 밥상에서 같이 밥을 먹는 날을 고대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이라면 어디든 교회도 되고 절도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목적으로 교회 아래층에는 호프집을 열어 직접 디스크자키를 하고 있다. 교인들이 위 아래층을 왔다 갔다 하며 경계 없이 성과 속을 넘나들게 한다. 불교적인 마인드가 강하게 풍기는 최 목사는 삭발과 승복만 갖추면 스님이라 불러도 좋을 듯도 싶다. 사실이다. 지난 5월에 증심사 입구에 초파일 경축 플래카드를 걸었다. 인류를 위한 특별한 날이라는 취지이다.

"반드시 내 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소속은 '예수교 조계종'이에요." 최 목사의 말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진화 스님은 부처교 장로종쯤이 될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는 형상이라고나 할까.

김나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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