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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대신 친 러시아 행보 가속

중앙일보

입력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국가와 마찰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국제 외교고립을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경제분야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이수용 외무상은 2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을 만났다. 이 외무상은 지난달 유엔총회 직후 러시아로 향해 모스크바에서 갈루슈카 장관을 면담하고 기업대표단을 포함한 러시아측의 방북을 이끌어냈다. 24일까지 이뤄지는 이번 방북에서 북·러는 새로 조성된 청진공단에 러시아 기업이 진출하는 문제를 포함해 나진ㆍ하산 프로젝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달부터 북·러간 무역대금 결제도 루블화로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북한 양국이 제6차 정부간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 합의에 따라 루블화 결제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보도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갈루슈카 장관은 앞서 “양국의 교역을 2020년까지 1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루블화 결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지난 6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ㆍ러 경제협력회의 합의 사안도 점차 가시화 되는 모습이다. 당시 북한은 러시아 기업의 금강 채굴 참여, 함경남도 단천항 인근의 흑연, 마그네사이트 개발권 참여를 제안하고 러시아 투자자의 비자 간소화 및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 허가 방침을 밝혔었다. 러시아 측도 러시아 은행에 북한계좌를 개설하고 러시아 기업의 북한 내 주요소 체인망 설립 가능성을 밝혔다.

북·러 간 밀월은 경제 분야 뿐 아니라 정치 분야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18일 ‘서방의 책동에 대응한 유라시아경제동맹 창설 움직임’이라는 기사를 통해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창설을 반겼다. EEU는 EU와 비슷한 형태의 경제공동체로 옛 소련권 국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루블화를 단일통화로 사용하는 유리시아연합(EAU)을 구축해 반(反)서방 동맹을 구축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0일에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러시아의 노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과 대치하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이는 최근 중국에 대해 단신성 보도 밖에 하지 않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7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북한에 앞서 남한을 먼저 방문한 후 중국관련 기사를 거의 싣지 않고 있다. 권영세 주중대사는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북중 간 고위급 교류는 대폭 감소 했다”며 “중국이 북한과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간의 정상적 관계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는 것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로 압박받고 있는 북한이 납북자 문제로 일본카드를 활용하다 잘 안풀리자 러시아쪽과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북한 핵개발 등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중국이 한국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지 러시아에 손을 내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도 우크라이사 사태로 인한 고립을 벗어나고 극동개발이라는 이익을 취하려고 하기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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