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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환자의 병력을 한눈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일반과 보험으로 구분되어 있는 환자접수창구 앞에는 진찰을 받으려는 인파행렬이 길게 늘어 서있다. 휠체어를 탄 환자와 울며 보채는 아이들, 걱정이 가득한 시선들을 강한 소독약냄새로 가득 휘감은 대합실 한쪽에 자리잡은 서울대병원의 의무기록실은「외부인 통제구역」이란 빨간 사선이 그어진 채 꼭꼭 닫혀 있다.
『병원 행정 담당자들과 진료담당의사와의 중간입장에 처해있는 것이 의무기록사서의 위치입니다. 개인의 병력을 다룬 기록인 만큼 비밀보장은 물론 내용에 있어서도 완벽한 기록이 되도록 해야합니다.』의무기록사서의 역할을 설명하는 6년 경력의 서울대병원 의무기록실통계계장 민병옥씨(32)의 다부진 첫 말이다.
의무기록사서는 서비스업의 일종으로 연구팀 의사들을 위해 병명이나 연령별로 색인을 작성해 제공하거나 병원 측의 법적인 자료제시, 입원한 환자들의 과거병력정리 등 모든 자료를 수집해 개인별 카드를 작성, 필요할 때 제공해 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따라서 의무기록사서는 행정 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의과·내과·소아과 등 분야별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어야한다.
민씨는 5년 반 동안의 미국 의무기록실 근무경력을 쌓은 뒤 작년 6월부터 서울대병원에 몸담고 있다.
천장까지 꽉 들어찬 서가를 가득 메운 기록지에 둘러싸여 그는 통계 계를 따로 설치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가장 관심을 쏟고있는 분야인 통계처리는 환자의 성별, 입·퇴원 날자, 담당의사 서명, 타 병원으로부터의 의뢰 진단 여부, 수술여부 등을 기록하여 전산처리를 위한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는 의무기록자료를 이용, 보건통계의 가장 확실한 기초자료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환자의 기록정리는 의무기록사서 혼자의 힘만으로는 다 해낼 수 없다. 거기엔 담당의사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래서 의무기록실에선 연말이면 그 해 기록처리에 가장 성실했던 과와 의사에게 연중 고과를 실시, 연말에 수여하는 포상제도가 있다고 한다. 작년엔 소아과에 그 상이 전해졌고, 덕분에 의무기록실에서도 화려한 파티가 벌어졌다고 들려준다.
일 자체가 전문적이고 의료실 뿐만 아니라 행정에도 관여하는 작업인 만큼 의무기록사서 자격증 취득 또한 상당히 까다롭다.
우리나라에 의무기록사서제도가 도입된 것은 65년 RRA자격증 소지자인 캐나다 선교사「모리」씨가 연세대부속병원에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부터다.
크게 1급인 RRA과정과 2급인ART과정으로 나누어지는데 2급ART과정은 병원경력 1년 이상인 고졸자로서 의학용어·의무과학·의무기록행정·통계·영어 등 시험에 통과되었을 경우 자격증이 주어지며 현재 5백 명 정도 병원일선에서 취업하고 있다.
1급 RRA과정은 ART취득 후 7년 경력, 대졸 후1년 경력, 전문대졸 후 4년 경력, 세브란스 의무기록사서 1년 코스 이수자 등에 응시자격이 주어지고 시험에 통과 할 경우 대한의무기록사서협회에서 발급하는 RRA자격증이 주어진다. 현재 취업인원은 50명으로 l년에 4명 정도 시험에 합격되고 있다.
『의무기록사서는 실무에 못지 않게 보조원들을 이해하고 일이 잘 되어나가도록 뒷받침하는 분위기 조성도 중요한 만큼 이제는 행정책임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72년 성심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연세의료원 의학기술수련원을 거쳐 75년 RRA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어 76년 미국에 건너가 뉴욕시티병원·레녹스힐 병원에 근무하면서 78년 뉴욕주립대 의무기록 행정과를 졸업한 민씨는 어머니 이금희씨(69)와 단둘이 살고있는 미혼녀.
3월이 되면 대전보건전문대 의무 행정과에서 의무기록 강의를 맡게된다. 병원에서 학교로 바뀌게될 새로운 근무처는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욕심껏 접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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