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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의원님들 "체벌은 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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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13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청소년의회교실’에서 중학생‘의원’들이 의장을 뽑기 위해 기표소 앞에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애들은 맞고 커야 한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체벌은 교육이란 이름의 폭력입니다."(장윤지.신사중 2년.여)

"똑같은 잘못을 계속하는 학생에게 말로만 꾸짖는다고 학생이 반성할까요?"(최소리.국악학교 3년.여)

1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은 중학생 '의원님'들의 논쟁으로 뜨거웠다. 서울 강남교육구청 관내 1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의회가 마련한 청소년 의회교실(모의 의회)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참가 학생 중 11명이 '학생 체벌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찬반 의견이 팽팽했지만 표결에선 32:57로 부결됐다. 체벌이 필요하다는 쪽에 더 많은 손이 올라간 것이다.

시 의회는 2003년부터 매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모의 의회를 열고 있다. 민주주의 원리와 풀뿌리 지방자치를 현장에서 체험하게 하자는 뜻에서다. 올해는 서울 11개 교육구청에서 1300여명의 학생이 방문하게 된다.

조례안 처리에 앞서 학생 의원들은 의회 구성 첫 절차로 안건별로 세 명의 의장을 선출했다.학생체벌금지 조례안 담당 의장으로 뽑힌 김종현(15.원촌중3)양은 "여성 국무총리가 되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원호(16.대치중3)군은 "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데 오늘 의회경험이 대의원회의 진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나의 의견을 명확하게 발표하는 등 회의의 기본 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5일제 수업 건의안 담당 의장으로 뽑힌 정성민(16.언주중3)군은 "사실 시의회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번에 의회의 존재도 알게 되고 '민주정치와 지방자치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돼 정말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시의회 조규철 공보팀장은 "과거 국회였던 현재의 시의회 건물에서 의회체험을 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며 "올해 시의회 본회의 방청 프로그램을 신설하면 1만여 명의 학생들이 시 의회 체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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