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포츠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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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연·고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울·지방 주요대학들의 스포츠가 최근에 얼마나 인기종목에 편중되었는가 하는 사실은 별표가 웅변으로 증명해 준다.
고려·연세·한양·중앙대등 소위 대학스포츠계의「명문」이라는 대학들은 한결같이 축구·야구·농구등 3개 종목에만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 인기종목에 편승하여 명성을 휘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별표에서 누락된 명지대·국민대 등을 포함, 서울·지방 종합대학들에 공통된 것이다. 비교적 각 종목에 걸쳐 폭넓게 선수를 양성하고 있는 곳은 체육대의 전통이 깊은 경희대뿐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대학들이 지탄을 받는 것은 스포츠의 기본이요, 으뜸이라 할 육상경기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다.
고려·연세·한양·동국·중앙·명지대 등에 육상선수가 단1명도 없다는 현실은 한국특유의 기현상이라 할만하다.
고려대는 올해 들어서야 육상특기자 1명을 입학시켰다.
여자중·장거리의 국내 1인자인 김순화(대성여상)다. 고려대가 육상특기자를 받아들인 것은 72년 높이뛰기의 국가대표 박상수 이래 두 번째다.
고려대는 과거 투척의 박승규, 단거리의 전원병등 육상의 별을 냈었다.
또 50년대에 연세대는 최충식(마라톤) 최무기(높이뛰기)등 좋은 선수들을 배출했었다. 그러나 60년대 이래에는 육상인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학 측은 스카우트할만한 우수선수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이 말은 곧 대학스포츠의 체질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축구와 야구선수가 왜 끊임없이 늘어만 가는가. 이러한 운동을 잘하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그것을 징검다리로 하여 사회에 나가 직장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소질이 있어도 학생과 학부형은 육상을 하거나 시키지 않는다.『굶어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육상인들은 자조한다.
확실히 고려대나 연세대등 서울의 모든「유명일류」대학들이 육상부를 설치, 깊은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육상인구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경기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경기력-한국육상의 수준향상과 직결된다.
유명대학들에 한국스포츠의 육성과 진흥에 대한 전적인 책무가 맡겨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축구·야구·농구등 인기종목의 특기자들을 놓고 아귀다툼하듯 스카우트쟁투를 벌이는 그 정열과 의욕과 경제적 능력의 지극히 작은 일부만이라도 육상종목에 할애할 줄 모르는 극심한 편협과 모순이 비판을 받는 요인이 된다.
중앙의 유명대학들과 대조가 되는 것이 동아대·영남대·조선대·전남대등 지방대학들이다. 실상 한국대학스포츠의 기둥은 이들 지방대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비인기를 가리지 않고 체육특기자들을 폭 넓게 포용, 육성에 힘쓰고 있다.
올림픽최초의 금메달리스트 양정모(레슬링), 아시아 최고의 스프린터 서말구(육상)등은 동아대, 멕시코올림픽의 은메달리스트 지용주(복싱)는 원주대(현 상지대), 테헤란 아시안게임의 최우수 철권 유종만(복싱)은 원광대, 몬트리올 올림픽의 동메달리스트 조재기(유도)는 경기대, 레슬링의 첫 세계챔피언 장창선은 한양대, 그리고 테헤란 아시안게임의 금메달리스트 원신희(역도)는 경희대를 각각 다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려대의 경우「아시아의 물개」조오련(수영)과 안지형(역도)을 배출했다는 것만으로는 자위하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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