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영화가 대담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화제와 관심을 모았던 3편의 국산영화가 완성됐다. 이들 영화는 김수용 연출의『만추』 와 정인엽 연출의『애마부인』, 그리고 김양득 연출의『밤의 천국』등이다. 3편의 영화는 지금 영화계가 겪고있는 혹심한 불황 속에 완성된 영화들이라 과연 침체된 흥행을 깨뜨릴 수 있을는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추』는 약간 예외이긴 하지만 다른 2편은 지금까지 국산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성」의 문제가 상당히 대담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산영화의 불황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배우를 벗기고 성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보자는 것이 평소 일부영화인들의 의견이었는데『애마부인』『밤의 천국』은 말하자면 그런 시도의 첫 영화가 되는 셈이다. 대담한 성 묘사, 에로틱한 분위기가 화면을 압도하고있어 성인용 국산영화도 이제는『상당한 편』이란 느낌을 갖게 하고있는 것이다.
영화의 검열완화는 영화산업의 지름길이란 면에서 상당히 큰 뜻을 갖는다. 지난해 초만 해도 당연히 잘려 나갔어야할 여주인공의 나신이라든가 정사장면이 이제는 스스럼없이 화면에 등장하고있다. 뒷모습이긴 하지만 여인의 완나도 예사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 있어서 검열이 완화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모든 영화인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공륜검열위원인 김규동씨(시인)도『문제는 작품으로 얼마나 승화됐는가에 있다. 작품으로 제대로 표현됐다면 단순히 벗었다고 해서 이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했다.
영화『만추』는 66년 고 이만희 연출로 제작(흑백), 수작으로 꼽히던 명작이다. 일본에서도 71년『약속』이란 이름으로 영화화, 그 해 베스트 5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엔 김수용씨 연출로 색채화 했다. 탤런트 김혜자씨의 첫 출연영화이기도한데 김 감독의 섬세하고 개성 있는 영상미가 화면에 스며있어 감동을 더해준다. 얘기는 3일간의 사건. 휴가 나온 살인범(김혜자분)과의 짧은 사랑을 그린 것. 서정과 애절함과 절박함이 관객의 가슴을 죄게 한다. 첫 영화에 출연한 김혜자씨의 대담만 정사연기가, 그녀는 역시 1급 배우임을 실감케한다.
『애마부인』은 여류작가 조수비씨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충격적인 관능표현을 새로운 시도로 영상화했다』(정인엽감독)는 화제작. 한 여인의 애정방황을 그린 것이 작품의 주제인데, 주제에 맞게 여인의 육체적 갈등이 환상적인 기법으로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우리나라 배우중 가장 가슴이 풍만하다는 안소영 양이 주연. 안양은 완나로 말을 타고 달리는 열연을 보이기도 했다.
『밤의 천국』은 윤락녀(나영희분)의 생활을 그린 것. 노골적인 섹스소설로 화제가 된 박승분씨의 소설『밤마다 천국』을 영화화한 것. 신인배우 나양의 두번째 영화인데 지난해『어둠의 자식들』에 이어 2편 모두 창녀역이다.
『이상한 역만 맡아 괴롭다』고 나양은 말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신인답지 않게 대담하고 노골적인 연기를 보여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이들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는지는 아직 미지수. 다만 불황탈출의 한 방편이긴 하지만 새로운 주제와 여기에 맞는 대담한 연기, 두꺼운 벽처럼 막혀있던 검열의 완화 등이 일단은 새로운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김준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