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무협소설의 주인공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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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기 KT배 왕위전'
제1보 (1-20)
● . 원성진 6단 ○.옥득진 2단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무명기사 옥득진 2단이 드디어 181명이 겨룬 토너먼트의 결승까지 치고 올라왔다. 조한승 8단, 박정상 5단, 윤준상 3단 등 랭킹 10위권의 고수들을 잇따라 꺾고 도전자를 가리는 최종 무대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마치 비급을 얻은 무협소설의 주인공처럼 악전고투의 혈전을 거듭하면서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다.

마지막 관문에서 원성진 6단이란 또 한 명의 고수가 칼을 비스듬히 멘 채 옥득진을 기다리고 있다. 23살의 옥득진에 비해 오히려 3년이나 어리지만 그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 무대를 휘저으며 성가를 높여 온 정통파다. 최철한, 박영훈과 함께 한국 바둑을 견인해 가는 '소띠 삼총사'의 일원인 것이다.

5월 31일 오전 10시 한국기원. 돌을 가려 흑을 잡은 원성진이 두 개의 소목을 두자 옥득진은 두 개의 화점으로 맞선다. 흑9에서 옥득진이 첫 장고에 들어갔다.

10은 복잡한 수다. 조치훈 9단은 중국기사와의 대결에서 '참고도1'의 흑1로 젖혀 13까지의 수순을 밟았다. 실리는 좋지만 A의 맛이 워낙 나빴던지 결과는 패배였다. 원 6단은 순순히 밑으로 받아 15까지 평이한 진행을 선택했다.

착수 속도가 느려졌다. 초반의 골격이 이 부근 몇 수의 행마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20. 처음 보는 수다. 모두 화들짝 놀란다. '참고도2'의 백1이 정석처럼 굳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 이 판을 들려다 보던 김수장 9단은 "비범한 수"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뜻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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