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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안정과 물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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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환율은 각각 다른 통화간의 교환비율로, 우리의 경우, 원과 달러, 엔, 파운드화 등과 교환되는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원화의 구매력이 감퇴하거나 외국통화의 시세가 강세가 되면 환율인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환율은 원화의 시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환율이라는 경제지표가 중요성을 띠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원화의 대외가치를 표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수출입의 증감을 통해 국내물가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변동환율제 아래서도 환율은 궁극적으로 안정되는 것이 이상이다.
환율은 국내물가를 반영하여 움직이고 또 국내물가에도 반영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우리의 환율은 수출 촉진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 인상되어온 감이 없지 않았다.
재무부의 금년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전두환 대통령이 수출만을 위한 환율조작을 경계하라고 지시한 것은 환율이 경제전반과 관련되어 운용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환율인상이 일시적인 수출증가 효과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입상품가의 상승을 초래하여 결국 국내물가를 올리게되고 그러면 또 다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된다.
따라서 환율은 물가·외환 등 포괄적인 경제정책 운용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환율재정은 80년 2월 이후 IMF특별인출권(SDR)과 주요국 통화를 묶은 통화바스킷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 중에도 달러화의 가중치가 가장 높아 달러화가 강세에 있으면 환율이 인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대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우리의 환율은 인하되어야한다.
환율의 보세화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환율은 달러화의 시세변동에 상관없이 계속 인상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80년 말의 달러당 6백59원90전이 81년에는 7백50전으로 1년간 6.15%가 올라갔고 올들어 7백8원10전으로 이미 1%가 올랐다.
달러의 강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약세는 외면하는 환율조정이 관행이 되다시피 하고있다.
수출의 지원이라는 방편으로 환율인상을 반복하되 국내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측면은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수출증진에 단기적인 기여를 하기도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수입구조를 보면 일년중(11월말 집계) 총수입액 2백23억9천7백만 달러 가운데 국내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원유·양각·원목·원면 등 10대 상품이 45.6%인 1백2억2천6백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들 주종 수입 상품은 들여오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것들이다.
환율인상은 바로 이 필수품의 가격상승을 유발하여 국내물가를 흔들리게 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산유국의 원유가가 보합 내지는 떨어지고 있는데도 우리의 국내석유가는 1%의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동자부는 밝히고있다.
이 인상요인은 대부분 환율인상으로 인한 국내 정유회사의 비용부담에서 연유하고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원가상승요인을 만들어내면서 또 한편으로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보완해 주기 위해 환율인상을 지속하면 환율과 물가상승의 반복만을 낳게될 뿐이다.
그렇게되면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더 큰 폭의 환율인상을 재촉하게 된다.
그러므로 수출증가세가 약간만 둔화하면 그 원인이 환율에 있는 것처럼 떠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
수출상품의 경쟁력은 품질, 디자인, 해외수요의 개발 등 종합적인 대응책으로 길러야 하며 그러한 노력이 뒷받침 돼야만 참된 의미의 수출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외환율이 달러당 3백60엔에서 2백엔대로 급격히 떨어졌을 때 일본의 수출은 빈사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모두들 예상했지만 오늘날 일본상품의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있지 않은가.
수출에는 환율인상만이 절대적 요건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환율은 통화바스킷의 기능을 올바로 살리고 국내의 물가안정 추세도 고려하는 운용방식이 제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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