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기반 정착·고용기회 확대|전대통령 새해 시정연설(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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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는 지난 한해동안 많이 노력하여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본인은 이 모든 공로와 영광을 땀흘려 애써온 전국민과 의원 여러분들에게 돌리고자 한다. 좋은 일이 많았던 반면 좋지 않은 일도 많았으며. 이룬 것이 많았던 반면 이루지 못한 것 또한 많았다는 것을 우리는 솔직히 시인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옳게 생각한 것도 많았으나 한편 그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우리의 잘못. 우리의 문제점은 큰 것에서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방면에 걸쳐 있다. 본인은 오늘 이 기회를 빌어 그 가운데 가장 긴요한 세가지만을 말씀드리고 아울러 이의 시정을 위한 범국민적인 노력을 호소하고자 한다. 첫째는 내재된 부패심리를 추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하는 것이 본인의 솔직한 느낌이다. 엄격한 단속의 손길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응급조치일 수는 있어도 근원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 진정한 부패추방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인은 확신한다. 단속이 없더라도 부패가 일어나지 않고 유혹이 있어도 부패를 범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진정으로 깨끗한 나라, 깨끗한 사회가 이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부패는 모든 부패의 근원이다. 부패정치는 부패경제와 부패행정과 부패사회를 낳게 마련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부패심리가 내재되고 근절되지 않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정치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있을 것이다. 물론 오늘의 부패가 오늘의 정치인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비록 그 생성에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그 근절의 책임은 오늘의 정치인을 포함하여 우리모두에게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깨끗한 정치, 깨끗한 행정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깨끗한 정치, 깨끗한 정당, 깨끗한 국회를 구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의정상을 정립하고 돈을 적게 쓰는 밝은 정치를 실천하는 일에 의원 여러분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두 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내재된 물가오름세심리. 즉 인플레이션 심리를 추방하는 일이다. 물가오름세 심리의 체질화로 생산자는 물가가 오른 만큼을 보상받으려고 물건값을 다시 올렸고 근로자는 물건값이 오른 만큼의 보상을 위하여 봉급인상요구를 계속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물가오름세가 지속됨에 따라 돈을 더많이 찍어내게 되었고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게 된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저축하려는 의욕은 사라지고 그 대신 돈은 온갖 종류의 투기와 낭비, 그리고 사치로 흘러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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