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용기로 다른 종교 포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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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남동.안병무 교수로 시작된 진보 신학의 틀을 넘어 '열린 기독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온 토착 신학의 '간판' 이론가. 한신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크리스찬아카데미원장 등 사회활동을 펼쳐온 한신대 김경재(65.사진) 교수를 일컫는 말이다. 사목 일선에 있는 목회자들에게도 큰 영향력을 미쳐온 그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한다.

9일 기독교1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퇴임기념문집 '아레오바고 법정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삼인) 출판기념회는 1970년대 이후 전개된 개신교 신학 30여 년의 성취가 진보신학에서 토착신학.문화신학 쪽으로 열매를 맺고 있음을 보여줬다.

교계에서는 김 교수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토착신학이야말로 한국 기독교가 '열린 종교'로 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 교수는 동학 등 민족종교를 한국인 영성(靈性)의 큰 문화적 밑천으로 보는 대표적인 신학자. 기독교 역시 오랜 배타성을 버려야 토착적인 한국의 종교로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가 이번 문집에서 기독교와 불교 사이의 창조적 대화를 특히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는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독교.불교가 서로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종교 다원주의는 각 종교가 가진 특성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면서 이런 자세는 지성의 용기를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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