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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다시 번지는 여당 내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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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6.10 민주화운동 18주년 기념식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여권의 혼란상이 점입가경이다. 한때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했던 열린우리당 내분은 안영근 의원의 10일 발언으로 다시 증폭의 길로 접어들었다.

안 의원은 이날 "한 줌도 안 되는 개혁당 측과 대다수 (여당) 의원들의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여당 의원의) 90%는 이쪽(실용파)이고, 10%가 저쪽(개혁당파)이며 20명도 안 된다"면서 "개혁당파에게 나가라고 대놓고 얘기는 못하겠지만, 그들이 나가준다면 화장실에서 웃을 의원이 많다"고 했다. 안 의원은 당내 보수.중도 성향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소속이다.

그는 이어 신중식 의원이 고건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을 주장한 데 대해 "공감하는 의원이 많다"며 "당 쇄신을 통해 현 국면을 타개하지 못할 경우 '고건 카드'는 유력한 대안으로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 개혁당 출신이 주도하는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는 즉각 반발했다. 안 의원의 발언에 대해 논평을 내고 "당과 당원을 농락하는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할 것도 요구했다. 친노 성향의 국민참여연대(국참연)도 논평을 통해 안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당황한 안개모도 수위 조절에 나섰다. 안개모는 보도자료를 내고 "안 의원의 발언은 개인 생각일 뿐"이라며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상주의적 '이라고 비판했던 정장선 의원도 "안 의원의 발언이 지나쳤다"며 안개모 탈퇴를 선언했다.

안 의원의 발언을 전해들은 문희상 의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문 의장은 "왜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느냐"며 "월요일 아침에 공식적으로 혼 좀 내야겠다"고 했다. 그는 당내 갈등에 대해 "서로 왕왕대봤자 1개월 안에 다 봉합될 것"이라며 "더 어려워지면 다 망하는데, 봉합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위기 타개 나선 여권 수뇌부=여권 수뇌부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당.정부.청와대의 정책 갈등이 계속되는 데다 염동연 의원의 당직 사퇴, 안 의원 발언 등 방치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여권은 이날 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긴급 비공개 수뇌부 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른바 '8인 회의'다. 이해찬 총리와 정동영 통일.김근태 복지.정동채 문화부 장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청와대 문재인 민정.이강철 시민사회수석 등이 8인 회의 멤버다. 그러나 이강철 수석은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과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 빼고 여권 수뇌부가 총출동한 셈이다.

회의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등 현안 외에 지도력 누수 현상을 보이고 있는 여당의 리더십 보강 방안과 하반기 정국 반전 전략 등이 논의됐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당.정.청의 정책협의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며 "일단 재정경제부와 여당 간의 당정협의부터 월 2회 정도로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희상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별다른) 수가 없다. (당내 분란) 수습에 왕도가 있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염동연 의원이 전날 "문 의장이 요즘 중심을 못 잡는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그분은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통합의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그건 못 고친다"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염 의원이 당 혁신위 문제를 비판한 데 대해서도 "그러면 내가 염 의원 편만 들어야 하느냐"며 "(개혁파인) 유시민 의원이 빠진 혁신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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