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 있지만 더 만드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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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8일 북한이 핵무기를 추가로 제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날 방북 취재 중인 미 ABC 방송의 밥 우드러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의 공격에 맞서 우리를 방어할 충분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보유 핵무기의 구체적인 숫자는 비밀"이라고 말하고 "지금 더 많은 핵폭탄을 제조 중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김 부상은 또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하고 "우리는 미국을 공격할 어떤 의도도 없기 때문에 그 같은 추측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우리 과학자들은 세계 다른 나라 과학자들에 필적할 지식을 갖고 있다"면서 기술력이 충분함을 암시했다. 하지만 우드러프 기자가 "핵무기를 탑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냐, 아니냐"고 재차 질문하자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답변했다.

이날 인터뷰는 ABC 방송의 오후 8시 메인 뉴스인'월드 뉴스 투나잇'으로 방영됐다.

우드러프 기자는 북한 주민이 식량난과 잦은 정전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력을 아끼기 위해 평양의 교통 신호등을 끄는 대신 숙련된 교통 경찰관을 교차로에 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학생수 1만2000명의 김일성대학이 텅텅 비어 있다면서 식량난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들이 모심기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뉴스 분석] 한·미 정상회담 압박 핵 보유국 과시 포석

김계관 부상이 핵무기를 추가 제조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우선 10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간의 정상 회담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의 숫자를 계속 늘려나가면 부시 대통령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시간은 미국편이 아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으로선 이같은 사실을 적시하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문제를 빨리 해결하자고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핵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6자 회담의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의사타진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 이후 “우리는 이미 핵 국가가 됐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과 핵무기 감축 협상을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핵무기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완전 철폐하는게 아니라 이미 보유 중인 핵무기의 숫자를 줄이는 댓가로 보상을 받아내는 ‘꿩먹고 알먹는’전략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의 나머지 참가국들이 이같은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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