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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제도 이대론 안 된다"|눈치작전-미달-허수경쟁을 없애기 위한 삭계의 처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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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입시사상 유례없는 파행성을 드러냈던 이번 대학입시제도는 이대로 둬도 괜찮은 것인가. 투전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입시창구의「눈치작전」「도박지원」「허수경쟁」등의 악순환은 내일을 걸머질 세대에게 성실과 정직보다 눈치·요행수를 심어주는 결과를 빚었다. 이에 대해 각계에서는 입학시험도 교육의 연장이라고 지적, 현행 입시제 아래에서는 이 같은 비교육적 현상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입시제도의 과감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입학은 대학자율에 맡기고 아파트 추첨 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제2, 3지망의 감점제도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고원영씨(예일여고교사)=시험을 먼저보고 나중에 지원하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눈치작전, 요행주의, 그리고 허수경쟁에 따른 미달 아니면 이상경쟁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과외철폐에 초점을 맞춘 현행입시제도는 과외 못지 않은 사행심조장, 재수생 누증의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거처럼 대학본고사를 부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학입시는 원칙적으로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예비고사는 자격고사로 두되 대학별로 독자적 기준에 따라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개성과 자율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본고사 철폐·선 시험의 현행원칙을 바꿀 수 없다고 고집한다면 복수지원 대신 단수지원을 하되 미달이면 몇 번이고 추가모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아니면 예비고사 전에 학교를 지원하도록 하는 선 지망 후 시험, 극단적으로 중·고등학교처럼 컴퓨터로 일괄 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승진씨(54·배재학당 사무국장·학부모)=올해 딸이 E대를 지망한 학부형으로 한심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입시제도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한마디로 야바위꾼들이 들썩거리는 도박 관이다.
입시경쟁이 살인적이라는 일본의 경우 국립대는 학력고사와 본고사가 병행되고 사립대는 학력고사 없이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교의 전통·시설·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본고사를 부활시켜야 한다.
중·고교의 평준화도 부작용이 많은데 최소한 대학만이라도 교육법상 보장된「학생선발은 총장권한」을 살려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부작용을 막는다는 구실로 입시제도의 자율화를 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권종근씨(49·변호사)=내년에 대학입시를 치를 자녀를 둔 학부형으로 우선 걱정이 앞선다.
눈치와 배짱으로 치르는 제비뽑기 식의 입시제도는 고쳐져야 한다. 대학입시는 실력과 소질과 적성에 맞게 전공을 택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중요한 고비다.
이번 입시에 나타난 것을 보면 적성이나 소질보다 우선 들어가 놓고 보자는 식이니 국가적으로 낭비이고 손실일 뿐 아니라 눈치 배짱 없이는 정직한 사회건설이란 국가당면 목표와 배치된다.
「선 지원 후 시험」제가 바람직하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1, 2, 3지망 등 지원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
교육제도의 조령모개식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저하게 고쳐야 할 점이 발견되면 즉시 보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백종현씨(서강대 경영학과교수)=입학시험도 교육의 연장인데 학생(수험생)들에게 성실보다도 눈치를 보게 하는 헌 제도는 대학교육이 처음부터 파행적으로 나가도록 오도하고 있다.
또 신성한 학원서 아파트추첨 때 우선 순위를 두듯이「제2지망 감점제」를 실시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의 대입학력고사는 객관식출제로 천편일률적이어서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기에는 부족하다.
본고사제도를 부활, 대학입학시험은 전적으로 대학이 알아서하도록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문교당국이 예비고사를 고집한다면 학력고사를「선발고사」에서「자격고사」로 성격을 바꾸어 일정수준이상 학생에게만 본고사에 응하도록 하면 될 것이 아닌가.
▲김성일씨(중앙대교수)=-과외수업을 없애기 위해 대학의 자율성까지 뺏아가며 입시제도를 국가관리로 일원화한 것은 문제가 있다. 불량한 과외는 추방돼야 하지만 방학중에 외국어를 배운다 던 가, 뒤떨어진 과목에 대한 보충은 어떤 식으로라도 해야하는 것으로 본다.
과외와 입시는 차원을 달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학력고사와 내신성적의 비율을 높이되 대학본시험도 부활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종철씨(서울대교수)=고교내신성적과 공통시험(학력고사)에 의해 대학신입생을 뽑는 제도는 세계적인 추세다. 제도자체에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없다. 입시제도를 개선할 때 전제조건이 종래의 객관식 문제를 지양하고 주관식문제도 가미하기로 했던 것인데 아직 전제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제도만 바뀐 데도 문제가 있다. 임시관리 전담기구를 빨리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눈치작전」은「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생각이 고쳐지지 않으면 어떤 제도에서도 존재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진학지도·진로지도가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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