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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회복은 성공 … B학점 이상으로 일단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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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합격점이다.”

 취임(7월 16일) 석 달을 맞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리더십에 대한 경제전문가의 대체적 평가다. 본지가 8명의 전문가에게 물어본 결과 6명이 B학점 이상(A학점 3명, B학점 3명)을 준 반면 C학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준 이들은 두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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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재정, LTV·DTI … 부양책 높이 평가

전문가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부분은 강력한 내수부양책이었다. “부양 효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심리를 회복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확장재정 ▶부동산 규제 완화 ▶가계소득증대세제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시장에 돈을 풀어 소비를 늘리고 부동산 시장을 회복시켜 저물가·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에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정책당국의 추진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취임 직후 내놓은 경기부양용 41조원 재정이 이미 시장에서 집행되고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이어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주택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부양책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당·임금·투자를 늘린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가계소득증대세제의 경우 지금처럼 설계되면 서민층보다는 자산가나 대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안 살아나면 재정 부담 커질 수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확장 재정 여파로 제기되는 재정적자 우려에 대해서는 “지금은 재정건전성보다 경기부양이 먼저”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만큼 지금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이 크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달 376조원으로 5.7% 증액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원래 2017년을 목표로 했던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뒤로 미룬다고 밝혔다. 당시 최 부총리는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가 늘어 다시 재정건전성이 좋아질 수 있다. 적자재정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최 부총리의 논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은 “한국은 일찌감치 돈을 푼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재정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부양책이 통하지 않으면 재정 부담이 커져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경기 상황은 재정 확대로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담뱃값 인상 추진, 지방세 개편안에서 비롯된 증세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온기운 교수는 “담뱃값 인상은 과거 정부도 몇 차례 논의해온 사안으로 이번에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며 “증세를 목표로 이번에 새로 나온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증세 기조로의 전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윤 교수는 “증세가 맞다. 그동안 정부가 시민사회의 여러 재정 팽창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제 증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부동산대책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효과보다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서민 가계부채와 강남 혜택 집중과 같은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이젠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에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최 부총리의 경기 살리기 정책이 성공하려면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업 급성장과 달러 강세, 엔저로 입지가 좁아진 글로벌 경제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추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신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기운 교수도 “조선업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고, 스마트폰·철강과 같은 대표 산업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골든 타임”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규제 개혁을 더 힘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태윤 교수는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규제를 풀어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과 국민의 자율성·창의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준 실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제 구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세종=김원배·강병철·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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