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한빛고 28일부터 등교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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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안학교인 전남 담양 한빛고의 학교 운영을 둘러싸고 학부모 측과 학교법인(거이학원.이사장 김길) 측의 갈등이 증폭돼 급기야 등교거부 사태로 번지게 됐다.

이 학교 1.2학년생 1백93명은 28일 학교에 나오지 않은 채 가정 학습에 들어갔다. 지난 26일 이 학교 학부모.교사 2백여명이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전원의 퇴진을 요구하며 학생들의 등교 거부를 결의한 데 따라 단체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3학년생 93명은 교사들의 설득으로 기숙사에 남아 수업에 참가했다.

이와 관련 학부모.교사 및 전교조 전남지부 등으로 구성된 한빛고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위원장 이종태.학교운영위원장)는 "학교를 사유물로 여기는 김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이 모두 물러날 때까지 무기한 등교거부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전남도교육청.전남도의회 앞 등에서 김 이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이 학교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올들어 재정난 심화로 생태학.문학상상력.한지공예.생태농업 등의 특성화 과목을 폐강하는 등 정상수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사들도 정원(27명)에서 7명이 부족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정상급여의 56% 수준밖에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대위 측은 "학교법인이 지난해 12월 2003년도 예산을 짜면서 2002년 2억2천만원이었던 재단 전입금을 올해엔 법정 최소한도인 3천7백만원으로 대폭 줄인 게 원인"이라며 "부실 운영으로 학생.교사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이사진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학교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불순 세력이 일부 학부모들을 부추기고 있다"며 공대위 측과의 대화를 꺼리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공대위와 학교법인 간 중재를 시도하고 있으나 서로 불신의 골이 깊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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