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잇단 악재에'뒤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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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좀처럼 '50만원 벽'을 넘지 못한 채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전체 장세의 반등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채 40만원대 중후반을 맴돌고 있다. 게다가 최근 며칠 사이 악재들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하반기 주가 회복 기대감마저 시들해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의 급락 우려가 실적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비용 절감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암울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2기가 비트 낸드플래시의 경우 올 하반기 40% 이상 폭락하고 내년에도 가격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급락의 가장 큰 이유로 메릴린치는 공급과잉을 꼽았다.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업체들이 앞다퉈 증산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조만간 가격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7일엔 메모리칩 제작업체인 램버스마저 "자사의 18개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 인텔의 2분기 실적 부진설까지 날아와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전자가 과거와 같은 '증시 대장주'역할을 회복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가 급격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위원은 "2002년까지도 삼성전자는 사실상 D램 한 품목에 의존한 반도체메이커였지만 최근엔 주력품목이 D램.LCD.휴대전화 등 다각화한데다 품목별 업황마저 부침이 엇갈리면서 주가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최근의 주가 침체기가 오히려 주식을 싸게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국내 상장 기업 중 삼성전자만큼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고수익 기업도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적립식펀드와 연기금 등이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시장 유통 주식수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적절한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 다시 뜀박질할 수 있는 종목인 것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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