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곽영욱 사장, 퇴임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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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한통운 곽영욱(65.사진) 사장이 이달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1999년 5월 이 회사 사장을 맡은 지 6년 만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곽 사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리비아 대수로 공사 문제가 매듭지어진 만큼 곧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법원과의 법정관리계약이 끝나는 이달 25일쯤 사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곽 사장은 퇴임 이후 당분간 여행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64년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곽 사장은 99년 대한통운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사장으로 취임했다. 모기업이던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 보증으로 대한통운은 부도가 났다. 게다가 리비아 정부는 대수로 공사 지체 보상금으로 13억달러(1조3000억원)를 요구했다. 위기에서 곽 사장의 수완은 빛이 났다. 자금 회전이 어려워지자 곽 사장은 개인 재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그러자 임원들과 노조위원장이 곽 사장의 뒤를 따랐다. 적자 사업부는 털어냈지만 정리 해고는 삼갔다.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 덕택에 99년 889억원의 적자를 냈던 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1조1200억원, 순익 609억원의 '알짜 기업'으로 거듭났다. 곽 사장의 취임 당시 162%이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62%로 줄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곽 사장의 이런 노력을 인정해 4년 연속 우수 법정관리인으로 선정했다. 대수로 공사 지체 보상금 해결은 곽 사장의 가장 큰 공적이다. 대한통운 측은 네 번의 퇴짜 끝에 리비아 정부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리비아 측의 터무니 없는 요구에 곽 사장은 인내를 갖고 설득했다. 때론 협상장을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리비아 측은 "저런 사람은 처음 본다"며 곽 사장의 조건을 들어줘 지난해 12월 협상을 타결했다. 또 리비아 공사 현장을 돌아보겠다며 사막에서 하루 800㎞를 강행군했던 일화는 대한통운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곽 사장은 "64년 입사할 때 아버지께서 '저 고목(古木)처럼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든든한 존재가 되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면서 "대한통운이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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