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구입 '얌체族'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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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휘발유 가격이 올라가면서 렌터카 회사의 명의를 빌려 LPG 차량을 구입하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LPG 불법 개조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일부 렌터카 회사들이 운전자들에게 이런 편법을 알려주고 차량 구입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본사 취재진은 최근 'LPG 차량 구입을 돕겠다'는 내용의 e-메일을 운전자들에게 보낸 서울 마포구의 한 렌터카 회사를 찾아갔다.

"업체명의로 LPG 차량을 사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특별소비세가 면제돼 차값이 훨씬 싸고요. 렌터카를 의미하는 '허'자 번호판을 달았을 뿐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 회사 대표는 "지난해 중순 이후 계약한 차량이 70여대에 이른다"면서 "한달에 관리비로 우리에게 7만원만 내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이 업체를 통하면 시중가 2천5백만원짜리 뉴그랜저XG를 LPG 차량으로 구입할 경우 1천만원을 싸게 살 수 있다. 자동차세는 1년에 8만원(일반차량 73만원), 등록비용은 71만원(일반차량 2백80만원)에 불과하고 연료비도 휘발유 차량의 절반 이하다.

이 같은 편법 영업은 소규모 렌터카 업체들을 중심으로 상당히 퍼져 있다. 인터넷과 생활정보지 등에는 LPG 차량을 사주겠다는 업체들의 광고가 줄을 잇고 있다.

취재진은 생활정보지에 나와 있는 또 다른 업체에 전화를 걸어 구매의사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주차비 명목으로 한달에 10만원만 주면 LPG 차종이 있는 어떤 차든 살 수 있다"면서 "혹시 사고를 내거나 음주단속에 걸리더라도 '3개월간 장기 렌트했는데 오늘이 열흘째'라고 말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일부 업체들은 차량 실소유주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차량에 근저당까지 설정해 소유권을 보장해주고, 보험도 개인 명의로 가입할 수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 성정현 과장은 "만일 렌터카 업체가 망하면 차량등록이 말소돼 무적차량이 되며, 이때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차량 엔진 제어장치를 LPG용에서 휘발유용으로 바꾸고, 그동안 감면 받았던 세금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호렌터카의 김현성 지원팀장은 "중소 렌터카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자동차 구입비만 날리고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운전자들에게 경고했다.

민동기.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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