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미란 "희망의 끈 놓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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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미란은 재단을 설립해 스포츠 꿈나무를 돕고 있다. 학생들과 줄다리기를 하는 장미란. [사진 장미란재단]

‘역도 여제(女帝)’ 장미란(31)이 초·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여는 운동회가 있다. 이름하여 ‘장미 운동회’. 현역 시절 별명이었던 ‘로즈(rose·장미)란’에서 따온 이름이다. 장미란이 속한 팀은 ‘백장미 파’, 상대는 ‘금장미 파’다. 닭싸움·이어달리기가 끝나고 줄다리기가 시작되면 백장미 파에서는 환호성이 터진다. 장미란이 불끈 힘을 주면 경기는 싱겁게 끝난다.

 세계선수권 4연패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뤄낸 장미란은 2013년 1월 은퇴한 뒤 장미란 재단을 설립해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하고 있다. 장미 운동회는 장미란이 보다 많은 학생들과 스포츠의 즐거움을 나누는 장이다. 지난해 11월 처음 장미 운동회를 연 뒤, 지금까지 3차례 진행했다. 운동회만 하는 게 아니다. 스포츠 상식을 주제로 골든벨 퀴즈도 풀고, 장미란이 학생들에게 특강도 한다. 최병철(펜싱)·여호수아(육상)·박성현(양궁)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로 구성된 재단의 멘토 그룹도 함께 참가한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장미란은 “가시를 갖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장미처럼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미 운동회는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간다. 첫 장미 운동회가 열린 한겨레 중·고등학교는 새터민 특성화 학교다. 지난해 12월에는 학교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전국의 초·중학생 150여명과 함께 운동회를 열었다.

 장미란은 “학생들이 운동회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갖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운동회를 통해 아이들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체육 활동이 우리의 삶에 무척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 뿐 아니라 함께 참가하는 멘토들의 반응도 뜨겁다. 운동회에 참가했던 안둔도(16·정석과학고1) 군은 “친구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평소 경험하지 못한 운동의 즐거움을 느꼈다. 운동회를 하고나서 점심 시간, 방과후를 활용해 틈틈이 친구들과 축구·농구를 더 자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차례 장미 운동회에 참가한 최병철은 “운동할 때만큼 서로 단합이 되고 힘을 합치는 학생들을 보며 팀워크가 스포츠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감한다. 운동회를 통해 선수로서도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올해는 항공 특성화학교인 정석과학고에 이어 다음달엔 체육 특성화학교인 대구체고를 찾아 전문 분야에 꿈을 가진 청소년들을 만난다. 장미란은 “학생들은 스포츠를 통해 협동심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 승부에서 지고, 또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미란은 은퇴 이후에도 역기를 들고 있다. 학업과 재단 활동을 병행하는 바쁜 일상이지만 1주일에 3회 이상 역기를 들며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장미란은 “은퇴 직후 한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다. 다시 역기를 드니까 몸이 가벼워졌다”며 “요즘은 나를 위해 역기를 든다. 그러니까 역도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은 건강한 생각을 갖게 만들어준다. 소외받는 아이들이 꿈을 가질 있도록 앞으로도 긍정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한 기자

◆스마일 100=‘스포츠를 마음껏 일상적으로 100세까지 즐기자’는 캠페인. 중앙일보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생활 밀착형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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