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개국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가 참석해 20일 개막하는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앞두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볼라 감염 환자가 다수 발생한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서 35명이 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까지 환자가 발생했던 나이지리아·세네갈·콩고 등 3개국의 입국 예정자도 100여 명에 이른다. 당국은 환자 발생에 대비해 격리 병상을 확보하고 모의훈련을 계획 중이다. 행사장에 역학조사관도 상주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에볼라 유입과 전파를 막는 체계적인 방역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지자체 등 다양한 부처와 기구 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킹과 종합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으로 즉각적인 조치를 발동해 골든타임 안에 위기를 종결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부처에 나뉜 기능을 하나로 모아 긴급 사태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에볼라 대응 센터’를 설치해 컨트롤 타워 기능을 맡겨야 한다.
관문을 잘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공항에선 항공기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체온검사를 하는 수준을 넘어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승객은 건강 상태를 정밀 검사까지 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들이 입국한 뒤에도 의심 증상을 매일 감시해 보고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입국자를 기분 나쁘지 않게 배려하면서 촘촘한 방역망을 설치해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실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의심자를 발견하면 즉시 격리하고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의료인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보호 장구와 장비도 충분히 비축해 의료인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피부를 통해 전파되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는 과학적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 남은 일은 꼼꼼하게 대비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