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빛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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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방학동안 점원대신 일하기로 한 작은 우리 옷가게에서 나는 손님에게 반코트를 입히고 있었다. 맞은편 옷가게에 있는 친구가『전화다! 느네 아빠』하고 불렸다.
엄마가 전화를 받으러 가시더니『얘! 너 당선이래』하고 달려오셨다. 『뭐가?』 『신문에, 중앙일보에….』
미인대회에서 뽑힌 사람들이 왜 얼굴을 보기 싫게 찡그리며 우는지, 나는 참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그런 때일수록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을 텐데. 그런데 나도 얼굴을 찡그리며 조금 울고 말았다.
「불」은 오랫동안 생각했던 주제였다. 대학 때「지귀설화」가 인상에 남았었는데 시로 쓰기엔 실패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물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게 되었다. 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하고 있고, 그리고 깨끗하다. 스님들의「다비」는 이상적인 죽음의 모습일 것 같다. 언젠가 다 비를 한번보고 싶다.
황동규·김광림 선생님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한몫의 시인이 되어 보여 드리겠습니다. 우리 가족, 이건 우리 모두의 작품이지요?
시를 써서 카타르시스 되었을 때 나는 참 기쁘다. 가슴속에 엉겼던 말들이 뿜어져 나왔을 때, 그것이 여러 가지의 수식을 첨가하지 않고도 어느 만큼의「말」이 되어 나왔을 때, 나도 살아갈 만한 가치는 있나 봐 하고 생각한다.
이제 12월20일부터 12월30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좋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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