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추락] 上. 식당, 만만히 보다 거덜난 사람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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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다 빈곤층으로 떨어진 사람들 가운데 식당 등 음식업을 하다 실패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조사 대상사 중 사업 실패로 빈곤층으로 추락한 사람은 33명이었다. 이중 8명이 식당이나 치킨집을 하다 망했다. 나머지 업종은 과일이나 해산물 판매, 목욕탕이나 사우나, 양계장 등으로 다양했다. 식당을 차리기가 쉽지만 그만큼 망하기도 쉽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식당은 61만1063개로 2000년 57만576개에 비해 4만여 개 늘었다. 매년 1만 개 정도 늘어난 셈이다.

식당이 늘고 있지만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휴업하거나 문을 닫은 식당은 9만6251개나 됐다. 2003년보다 48% 늘어난 것이다. 주인이 바뀐 식당도 10만2982개였다. 반면 새로 문을 연 식당은 9만5528개나 된다.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식당이 많은 것은 식당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당 한 곳당 인구는 79명이다. 일본 140명, 미국 416명과 비교가 안 된다. 복지부는 "식당이 너무 많고 외국계 프랜차이즈 식당 등이 늘고 있으며 소비자 취향이 고급화되고 있어 영세 식당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올 3월 말부터 한 달간 전국 1468개 음식점.제과점 실태를 조사한 결과 69.5%가 최근 3년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제과점은 77.4%가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식당을 창업한 사람도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63.8%를 차지했다. 85.2%는 창업 준비기간이 6개월이 채 안 됐다. 주로 가족이나 친지.이웃에게서 얻은 정보를 근거로 창업하고, 전문적 상담을 받은 사람은 3.4%에 불과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김정수.권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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