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집값 5년새 2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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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에서 부동산 투자 광풍(狂風.frenzy)이 불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 이 잡지는 부동산값이 크게 오르면서 미국 사회가 부동산으로 돈 버는데 골몰해 있다고 전하며 이를 90년대 말의 '닷컴 열풍'에 비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전미 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4월 미 주택의 가격은 평균 20만6000달러(약 2억6000만원)로 지난해보다 15% 올랐다. 5년 전에 비하면 집값 상승률은 55%에 이른다. 특히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 주 같은 곳은 5년간 각각 108%와 103%씩 집값이 폭등했다.

사람들이 부동산에 몰리는 것은 그동안의 저금리 기조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택 투자로 얻는 수익률이 주식 투자로 얻는 수익률을 뛰어넘는다. 특히 대부분이 모기지론과 같은 주택지원 금융상품을 이용, 주택에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타임은 예를 들어 5년 전 15만 달러였던 집을 20%의 선금을 내고 샀을 때 투자금은 3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집값이 55% 오르면 평가차익이 8만2500달러로 수익률은 무려 275%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처럼 집값이 급등하자 '초단타 매매'처럼 미국에서 볼 수 없던 신종 매매 기법도 등장하고 있다. 이를 테면 캘리포니아 남부의 한 투자자는 42만5000달러에 마이애미의 방 2개짜리 고급 아파트를 산 뒤 같은 날 52만5000달러에 되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거품 붕괴 우려도=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가 '거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타임도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질 경우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이들이 최근 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자 빌린 돈의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을 경매에 부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FRB가 금리를 추가로 올리고 대출 금리도 동반 상승하면서 미국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에 실패하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가 줄면서 미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연구기관인 앤더슨 포어캐스트의 에드워드 리머 소장은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A지역의 주택 소유자들은 앞으로 10년간 자신의 집값이 매년 22%씩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경제 잡지 포춘도 이와 관련, 최신 호에서 "비이성적인 힘이 시장을 지배한다면 반드시 거품이 터진다"며 부동산 과열을 경고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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