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의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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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할 진통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치르는 것이 좋다.
그것은 자원이나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산업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경쟁력위주로 산업육성책을 펴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중심이되어 마련하고 있는 산업구조개편계획안은 기계부품, 전자등 기술집약산업과 섬유등 경쟁력있는 경공업은 집중지원하고 기타 불황산업은 원자재 조달전망과 기술력, 채산성등을 고려하여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도리 때는 지원을 그만둔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날 무리한 이루 중화학공업투자의 오류를 시정하거나 또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부문을 정리해야할 필요성에 비추어 당연한 산업정책방향의 재설정이다.
존립기반을 상실한 특정산업에 대해 계속해서 정책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은 자원의 낭비를 결과할 뿐이며 국민경제에 부당한 부담만을 얹어주는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의 중화학투자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룬다는 과욕에 사로잡혀 투자능력, 기술력, 내외시장의 수요등을 감안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으며 결국 투자에 상응하는 생산물을 내놓지 못해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귀중한 자원은 자원대로 소모시켜 버렸었다.
한나라의 산업구조를 자기완결형으로 이끌어간다는 무모한 정책적 발상이 파행적인 정책지원을 강요했던 것이다.
물론 이제 산업구조를 재편성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산업의 합리적육성을 기하려면 과감한 투자철수가 반드시 결행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고 우유부단했다가는 한국경제의 비효율성은 점차 심각해질 뿐이다.
투자결정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적기에 투자철수를 하는 것도 국민경제력의 증진에는 불가결한 것이다.
예컨대 외국에서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생산하는 저렴한 비료생산방식이 등장했는데도 노후한 생산방식을 지속하고 있는 비료산업은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석유화학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
이처럼 국제경쟁력을 잃어버린 플랜트에서는 투자를 철수하고 새로운 플랜트건설에 착수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다만 한가지 유의할 것은 이번 산업재편에는 좀더 근원적인 대책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60년대말의 부실기업정리나 80년의 산업재조정의 필연적인 과정이었으나 단순한 경영주의 변경이나 수평통합등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산업개편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스크랩해야할 플랜트는 스크랩하고 경제단위로 묶어야할 것은 묶는 전반적인 산업재편성이 모색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를 권유한 것이 정부였는데 이제 와서 지원을 중단한다든가 투자철수를 하라는 것이냐는 당해 기업의 거센저항이 있을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선진국에서도 일찍이 경험했던 것이므로 우리로서도 시행착오, 또는 산업고도화로 가는 여과작용의 부산물임을 각오해야한다.
그 다음 다시 중화학공업에 자본을 투입할 때는 성장가능성과 타당성여부를 신중히 검토하여 점진적이 고도화로 이행해가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82년부터 시작되는 제5차 5개년계획은 경제의 효율성이 대전제가 되고 산업정책도 그 바탕위에서 정립되어 튼튼한 국민경제체질을 배양하는 시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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