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정상화 40돌 국제 학술회의] 기업인 라운드테이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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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비즈니스 환경과 기업인의 협력 방안'을 주제로 한.일 간의 경제 현안을 논의한 '기업인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한국의 대일 무역 적자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일본 측 대표로 주제 발표를 한 히라타 가즈오(平田一男)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센터 고문은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면 삼성.현대차.LG 등의 뒤를 잇는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많이 생기면, 여기에 부품을 대려고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공장을 짓게 돼 그만큼 수입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삼성전자 등에 휴대전화.반도체.LCD.자동차 소재와 부품을 공급할 목적으로 한국에 생산 공장을 잇따라 세우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액은 2003년 5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그 네 배인 22억 달러로 급증했다.

한국을 대표한 이수철 삼성물산 부사장은 일본의 첨단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기술 이전을 더 많이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일본의 첨단 기업들은 노동 문제를 이유로 한국에 오기를 꺼린다"면서 "그러나 한국에 상륙한 일본 대기업들 가운데 노사 분규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일본의 한국 자본시장 참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태 한불종합금융 상무는 토론에서 "얼마 전 금융감독원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국가별 순위를 발표했는데, 일본은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히라타 고문은 "일본 투자기관들은 장기간 국내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에 매달리다 보니 한국 자본시장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일본 투자기관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 등을 많이 해 달라"고 주문했다.

라운드 테이블에 이어 열린 경제.경영 분과회의에서도 화두는 무역적자였다. 곽재원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양국 간 경제 협력은 대기업에 치중돼 있다"면서 "부품이나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늘리면 기술 이전이 빨라져 무역적자 해소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 참석한 양국 경제계 인사들은 두 나라의 정치적 갈등이 경제 협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의 빠른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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