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요술안경 쓰고 책 속 신기한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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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책 속의 책 속의 책
요르크 뮐러 글.그림, 김라합 옮김
비룡소, 40쪽, 1만원
뇌, 복잡하고 매력적인 기관
앙젤린 오베르-로타르스키.파스칼 데주르 지음
마누 부아스토 등 그림, 심지원 옮김, 64쪽, 8000원

책 표지 그림부터 특이하다. 선물 포장지를 뜯자 사진 한 귀퉁이가 드러난 모습이다. 책장을 펼치면 처음 나타나는 그림은 덥수룩한 머리의 꼬마 아이가 선물 포장을 막 뜯고 있는 장면이다. 헌데 꼬마 아이의 선물이 책 표지 그림과 똑같다. 되풀이되는 순환 미로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책 속의…'는 거울 두 장을 마주보도록 세웠을 때 거울 속 모습이 거의 무한대로, 작아지며 되비치는 것처럼 책 속의 책 그림이 끊임없이 작아지며 반복되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사물의 윤곽선이 흔들려 초점 맞지 않은 인쇄처럼 보이는 쪽도 나온다. 책은 요술 안경을 쓰라고 충고한다. 왼쪽은 빨간색, 오른쪽은 파란색인 셀로판 재질의 안경을 쓰고 문제의 쪽을 들여다 보자 맨눈에는 여러 겹으로 흔들리던 그림의 윤곽선이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다.

요술 안경을 쓴 채로 뜸을 들이고 있으려니 끊임없이 작아지는 '책 속의 책'들 낱낱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책은 아이들에게 요술 안경을 사용하도록 한 뒤 환상적인 시각 경험을 제공하는 '참여형' 컨셉이다.

'뇌, 복잡하고…'는 책에서 소개한 열다섯 가지 실험들을 아이들이 직접 따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준비물.실험 방법, 실험 결과에 대한 설명 등을 차례로 전한다. 실험을 통해 아이들을 움직이게 한다는 점에서 역시 참여형이다.

세 번째 실험, '내 기억 상자는 몇 개일까요'의 준비물은 종이 달랑 한 장과 연필이다. 열두 개의 단어를 제시한 후 주의 깊게 읽은 다음 종이에 옮겨 써보라고 권한다. 책의 설명은 사람의 뇌는 대개 한 번에 일곱 개 정도의 단어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실험은 '표 외우기'. 요령은 똑같지만 이번에 제시되는 건 숫자 아홉개다. 헌데 숫자 아홉개를 기억해내기는 훨씬 쉽다. 책의 설명은 단어 실험에서처럼 숫자들 사이의 연관성은 없지만 세 개씩 연결해서 읽을 경우 기억해야 할 요소는 '547''792''168' 등 숫자 세 개씩의 조합 세 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억하기 쉬웠다는 것. 갖가지 실험들을 통해 뇌의 능력 한계, 특성 등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점이 책의 자랑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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