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소화기 질환 최규완<서울대병원 소화기 내과>|현미식초와 십이지장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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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즈음 어디에서 생겼는지 현미식초라는 것이 등장하여 궤양을 가진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우리나라 재래의 민간요법에는 없던 것이고 보면 아마 이것도 외국에서 수입해온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당뇨병에 좋다든가, 막연히 건강유지에 이롭다고하여 아침마다 식초를 물에 타서 마신다는 것이다.
최근 몇 달 동안에 현미식초로 인해 잘 나아가던 십이지장궤양이 악화하거나 완전히 나았던 병이 재발한 예는 2건이나 경험했다.
그 첫예는 32세의 공무원. 심한 복통과 속쓰림 때문에 병원을 찾아와 내시경검사에 의해 십이지장궤양이 확인됐고, 이에 대한 치료를 받아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좀더 빨리 회복할 욕심으로 혼자서 현미식초를 매일아침 복용하다가 4일째 되던날 갑자기 복통이 심해지면서 구토를 일으켜 급히 병원을 찾아왔다.
다시 검사를 해보니 전에 보이던 궤양이 더 커지고 그반대편에 조그마한 다른 궤양이 생겨있었다.
두번째의 예는 50대중반의 부인으로 약6개월전에 위장출혈로 입원. 역시 내시경검사에서 십이지장궤양의 출혈로 진단되어 2개월간 투약끝에 완치되었던 환자다. 얼마전 친구의 권유로 당뇨병에 좋다는 현미식초를 며칠간 복용하였는데 배가 쓰리고 아프면서 대변이 검게 나온다고 법원을 찾아왔다. 다시 내시경검사를 했더니 십이지장궤양의 재발이 증명되었다.
십이지장궤양은 너무많이 분비된 위산이 단백질로된 십이지장의 점막을 음식물처럼 소화시켜버려 생기는 병이다. 정상적으로는 위산과 소화액이 십이지장벽에 닿더라도 점막이 소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되어있는데 여러가지 원인으로 위산의 분비가 갑자기 많아지거나 점막을 보호하는 장치에 고장이 생기면 점막의 일부가 소화되어 없어져 버리므로 궤양이 생기게된다.
원래 궤양은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 잘 생기지만 사업상, 혹은 가정환경상 신경을 많이쓰는 사람들은 위산의 분비가 많고 점막의 보호능력이 약해져서 궤양이 생기는수가 많다. 자극성이 심한 음식물을 많이 먹는다든가 술을 과음해도 위산의 분비가 갑자기 많아지고, 무엇보다도 담배를 많이 피우면 산 분비가 증가되고 저항력이 약해져 궤양이 잘생기며, 또 재발되는 일이 많다.
위에서 예로 소개한 식초는 그자체가 산이기도 하거니와 위산의 분비를 자극하여 궤양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약이나 음식이란 어느때나, 어느 사람에게나 항상 같은 효과가 있는것이 아니며, 특히 궤양환자는 함부로 산을 섭취하지 말아야한다. 그 밖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가지 약들, 특히 감기약으로 사용되는 해열제나 진통제는 위산의 분비를 증가시긴다.
십이지장궤양 환자가 감기에 걸렸을때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먹고 병이 악화되는 예는 흔히 볼수 있다. 위에 소개한 두환자는 공교롭게도 모두 현미식초 때문에 수난을 당했지만 우리들 주변에는 이러한 어리석은 일로써 건강을 해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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