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은 우리 고전서 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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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근대문학 연구가 81년을 고비로 일대 전환기를 맞고있다.
한국고전문학연구회(회장 황패강)는 올들어 12월까지 9차례의 모임을 갖고 한국근대문학의 형성과정, 특히 근대문학의 기점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의를 거듭해왔다.
그동안 조동일(한국학대학원) 황패강(단국대) 소재영(숭전대) 설성경(한양대) 임형택(성대) 이혜순(이대) 김병국 (서울대) 김학성(성대) 최신호(성심여대) 김명호(덕성여대) 정하영(전북대) 이동환(고대) 권영민(서울대) 김흥규 (고대) 교수등이 발표에 나섰고 토론참가자만도 수십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논의는 우선 지금까지 일부 비평가들에 의해 주도되어온 근대문학 형성과정론이 갖는 결함을 인식하고 그간의 연구가 국문학 실상과 관련없이 전개되고 국문학 연구와 구체적인 연관없이 이루어진데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근대문학에 대한기존의 외국문학 이식론이나 영조·정조대(18세기) 기점소급론에 대한 관심에 앞서 우선 근대 문학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에 논의의 중점을 두며 어떤 결론을 서두르기에 앞서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토론의 주안을 두고 있다.
이들이 한해에 걸쳐 논의한 내용은 무엇인가.
이들은 우선 근대문학의 기점은 소위 갑오경장(1894년) 이전으로 마땅히 소급되어야 한다는데 견해의 일치를 보고 있다. 그 시기는▲17세기 허균의 시대▲18세기 영조·정조시대(박지원의 소설, 사설시조, 판소리, 탈춤, 많은 국문소설이 이루어진 시기) ▲19세기 후반, 특히 최제우의 『용담유사』가 이루어진 1860년대로 대별되고 있다.
「근대」의 특징으로는 자아각성, 일상생활어(구어)에 의한 국민문학, 시·소설·희곡의 장르출현등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대립적인 논란보다는 여러 특징들이 통일적 유기적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17∼19세기에 나타나는 근대문학적 성향과 중세(또는전근대)문학적 성향의 공존상태를 놓고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그 양면성의 이해를 위해 17∼19세기를 이행기(또는 전환기)로 보자는 주장과 이행기를 두지 말고 근대문학의 성향이 지배적인 한시기를 택하자는 주장으로 나뉜다.
「이행기」측은 17∼19세기를 이행기로 보고 1920년대를 본격적인 근대문학의 시기로 잡는 반면, 비 「이행기」측은 1860년대를 근대문학의 시기로 보고 있다.
이중 어느 견해도 근대문학 형성의 원천이나 배경이 우리의 고전문학으로부터 자생한 것으로 보고 서구문학은 2차적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을 폄으로써 외래문학 이직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또 근대문학과 근대사회의 관계는 근대문학이 근대사회의 성립을 주장하고 촉진시키는 관점을 중시하는 논의들이 전개되었다.
조동일교수는『그동안 국문학제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근대문학 형성과정론이 소장학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구의 장을 열게 되었다』고 말하고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17∼19세기 국문학의 실상과 개발작품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의 토론내용과 연구성과는 내년상반기에 『한국근대문학형성과정론』으로 정리되어 출판될 예정이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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