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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뉴욕의 명물중에 빼놓을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이 도시의 심장부인 맨해턴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브루클린교.
4백86m의 길이를 가진 이 다리는 미국설계가「존·리플링」의 최대걸작으로 꼽힌다. 867년 착공, 무려 16년이나 걸려 완공되었다.
그러나 「리플링」은 그의 걸작을 끝내 못보고 세상을 떠났다. 착공 2년만인 1869년 현장에서 측량도중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다행히 그의 아들「워싱턴·리플링」도 설계가였다. 하지만 그마저 공사장에서 사고를 만났다.
불구의 몸으로 그는 병상에 누워 이 공사를 끝까지 지휘했다. 2대에 걸친 집념이었다.
서스펜션 브리지(suspension bridge)로 불리는 현수교의 축조가 얼마나 어려운 공사인가를 알수 있다.
인류가 최초로 철교를 만든 것은 1779년이었다. 영국 설계가「에이브러햄·다비」와 「존·윌킨슨」이 지간 30m의 철제 아치교를 설계, 그의 고향 콜브루크데일에 세웠다.
그후 76년이나 지나 비로소「존·리플링」과 같은 명인이 나타나 서스펜공법을 착안하게 되었다.
그의 첫 설계는 나이애가라강에 걸려있는 철도현수교였다.
현수교는 우선 설계자체가 아름답다. 와이어(銅線)에 의한 유연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종래의 육중한 교량과는 인상부터 다르다. 그 무렵만해도 이 공법은 혁명적인 아이디어였다.
문제는 와이어를 지탱하는 철각에서부터 그 와이어를 붙들어 맬 고리(와이어 바)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부품들이다. 이것들은 근대 철강기술의 에슨스를 집약하고 있다.
일찍이 철강산업에 눈을 떴던 미국이나 영국은 곳곳에 많은 현수교들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그 규모로나 설계로 보아 걸작중의 걸작이다. 강재만해도 10만8천t이 들었다.
프랑스의 르 아브르의 탕카빌교, 캐나다 밴쿠버의 라이언즈 게이트교도 그 나라가 자랑하는 명교들이다.
이런 현수교의 생명은 한마디로 와이어와 그것을 고정시킬 고리와 앵커에 달려있다. 기술적으로는 다리자체가 와이어에 매달려있어 바람을 탈 때의 가중을 어떻게 건뎌내게 하는가도 문제다.
엊그제 제주도 천상연폭포의 구름다리가 무너진 것은 바로 와이어를 고리에 연결해 그것을 고정시킬 와이어바(쇠막대)에 문제가 있었던 것같다.
직경70mm, 길이 1m50cm의 이 와이어바는 1백95m나 되는 이교량의 8백68t가중을 혼자서 떠맡고 있는 심장이나 다름없었다.
이것은 철강자체의 재질도 우수해야 하겠지만, 역학적으로 힘을 고르게 받을수 있도록 한 덩어리로 만들어져야 한다. 바로 여기에 이상이 있었던 것같다.
결국 이번 사고는 우리나라산업의 한「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자재의 생산, 납품, 그리고 시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책임을 빈틈없이 확인했는지 묻고싶다. 책임의 량이 아니라 책임의 질이 문제다. 이 점에서 쓴 교훈을 남긴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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