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르빌] 中. 쿠르드인 사로잡은 봉사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 토락 마을에서 자이툰 병원의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피부병을 앓고 있는 소녀를 치료하고 있다(사진위). 디완 우스만(왼쪽)이 남동생 아르달란과 함께 10일 기술교육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사진아래). 아르빌=서정민 특파원

"자이툰 부대를 찾는다. 어떻게 가야 하나?"

이라크 아르빌 시내에서 만난 한 쿠르드인이 묻는다. 길을 가면서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이들이 기를 쓰고 자이툰을 찾는 이유가 뭘까. 실속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병 8개월째를 맞는 자이툰 부대는 현재 다양한 봉사활동을 부대 안팎에서 동시에 펼치고 있다. 덕분에 부대 안은 도떼기 시장으로, 부대 밖 마을은 축제판으로 변했다. 봉사활동의 특징은 '물고기'도 주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도 함께 가르쳐 준다는 것. 그 현장을 살펴보자.

◆ 북적대는 부대 안=부대 위병소 앞은 아침부터 장사진이다. 주차장은 차들로 넘쳐 난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주변 도로에 교통경찰을 특별 파견할 정도다. 병원과 기술교육센터가 단연 인기다. 지난해 11월 말 개원한 자이툰 병원은 지금까지 7500여 명을 진료했다. 10일 오전도 100여 명의 환자들로 북적댔다. 환자 압둘라 아지즈는 "아르빌 시내에도 병원이 몇 군데 있지만 치료비가 비싼 데다 수준도 형편없다"고 말했다.

기술교육센터에는 매일 130여 명이 찾는다. 중장비.가전제품.컴퓨터.제빵 등 모두 7개의 학습반이 있다. 컴퓨터반에 등록한 비안 우스만은 아르빌 살라훗딘 법대 졸업생. 5년간의 실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컴퓨터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에게는 매월 교육지원금 50달러와 하루 3달러의 점심값까지 지급된다.

◆ 부대 밖은 축제 한마당=9일 자이툰 부대에서 남쪽으로 7km여 떨어진 토락마을에선 축제가 한창이다. 전 주민 2000여 명이 모두 몰려나온 듯 마을 전체가 들썩인다. 지난해 11월 말 시작된 순회봉사활동인 '그린 앤젤'의 현장이다.

사막파리에 물린 뒤 피부병이 온몸으로 퍼진 카지자(5)는 이날 소독을 받고 약까지 건네받은 뒤 환하게 웃었다. 이동치과병원.이동 빨래방.이동 차량정비소 등 서비스도 다양하다. 마을 초등학교 운동장은 잔치마당이다. 아이들은 부대원들이 만들어준 풍선 모자를 쓰고 솜사탕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학교 앞 공터에서는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그린 앤젤'인 부대원들과 박 터뜨리기 경기를 펼친다..곧이어 벌어진 한바탕 춤판. 군악대가 쿠르드 전통 음악을 연주하자 그린 앤젤들과 현지인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전통춤 '초피'를 추기 시작한다. 발을 구르며 어깨를 들썩인다.

부대에서 북서쪽으로 12km 떨어진 다라반드 마을. 이 마을 300여 가구는 거의 예외없이 이런저런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 물웅덩이에서 흘러나온 유독성 물질이 식수원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자이툰 부대는 즉각 중장비와 병사들을 파견했다. 물웅덩이를 메우고 그 위에 축구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수도 공사도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매시간 차 대접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문맹률 40%에 달하는 아르빌 주민들을 위한 문맹자 교실도 폭발적인 인기다. 10일 문을 연 카타위 마을의 문맹자 교실에는 한꺼번에 147명이 등록했다. 지난해 11월 바히르카 마을을 시작으로 주변 마을로 퍼져나간 1년 과정의 문맹자 교실에서는 현재 2200여 명이 쿠르드어와 수학을 배우고 있다.

아르빌=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