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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반만에 되찾은「낳은정」「기른정」못잊어 지금도 왕래|이름도 서로 바꿔…「새가족」앞에서 '재롱`|뇌성마비 향미양은 건강찾으려 치료계속|말썽낸 병원선 `다시 안바뀌게` 플래스틱 팔찌사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사건·사고로 점철된 한해였다. 사건기자들도 유난히바쁘게 뛰었던 1년이었다. 현장은 말이 없어도 현장에 남아있는 흔적물은 많은 교훈과 뒷얘기들을 남기게 마련이다. 때로는 우리의 가슴을 섬뜩하게했고 때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했던 사건들. 또 한해를 보내는 세모의 길목에서 사건의 현장을 찾아 그후의 소식을 추적해본다.
『향미야-』『민아야-』.
서로의 아기를 바꿔안은 두어머니는 얼굴을 비벼대며 반가와 어쩔줄을 모른다.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신생아때 뒤바뀌어 2년5개월간을 친자식처럼 키웠던「낳은 정」「기른 정」이 아팠던 가슴들을 달래기위해 만나는 시간이다. 『세아이를 한형제처럼 키우기로 했어요. 보고싶을 때마다 서로 왕래하기로 약속도 했지요. 그러나 살림에 쫓기다 보면 자주 오가질 못해 항상 눈앞에 그아이의 모습이 아른거려요.』두 어머니의 한결같은 말이다.
친어머니품에 안긴지 7개월여.
철부지 꼬마들에겐 너무나 큰 시련기였다.
하루아침에 지금까지의 부모가 다른사람이 됐고 낯선 사람이 부모가 됐다. 집이 바뀌었고 친척과 이웃이 바뀌었다. 이름까지도 달라졌다.
당시 유향미는 쌍동이동생 문민아가 됐고 뇌성마비인 문민아는 유향미가 됐다.
민아양은 쌍동이 민경양과 금방 친해져 온갖 재롱을 부린다. 언니보다도 발육상태가 좋아 민경양의 키가 85㎝인데 민아양은 86㎝. 친엄마에게 돌아온뒤 4㎝가 더 컸다.
그때보다 뜀박질도 늘었고 장난도 심해졌다. 『엄마 까까』정도가 고작이던 말배움도 이제는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 『한애가 노랠 부르면 질세라 따라부르고 다른 옷을 입히면 서로 시샘을 해요. 감기까지도 같이 앓아요.』어머니 김옥렬씨(30·의정부시호원동137)는 쌍동이의 특성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쌍동이자매는 지난달17일 아빠·엄마의 고향인 제주도에 갔다가 15일만에 왔다. 민아양으로선 친할아버지·할머니에게 첫인사를 드린 것이다.
이제 민아양은『네이름이 향미지?』라는 물음에 고개를 저을정도로 새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의 마음은「낳은 정」을 찾은 기쁨 한가지만은 아니다.
『향미가 정상아가 아니기 때문에 늘 어떻게 지내나 하고 머리에 남아 있어요.』쌍동이아빠 문영길씨(34·회사원)는 데려다 준 향미양이 항상 마음에 걸린단다.
뇌성마비인 향미양은 아직 건강을 되찾지 못한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어머니 이정숙씨(24)의 등에 업혀 의정부성모병원과 서울강남성모병원을 두세달에 한번씩 찾아간다.
두아이를 바꿀 당시엔 혼자 앉아있지도 못했으나 요즘은 혼자서 잠깐동안 앉아있기도한다. 특별히 주문해서만든 철제평행봉을 양손에 짚고 서서 걸음마도 배운다. 한쪽으로만 쏠리던 눈도 어느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도『엄마』소리조차 명확하게 발음을 내지못한다.
이때문에 향미양의 친부모인 유명환씨(27·트럭운전사)부부는『건강하게 재롱을 피우던 민아양 생각이 곱절이나 더난다』며『어쩌다 민아양 집앞을 지나치다 민아양을 보는 날이면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향미양의 어머니 이씨는『꿈속에선 민아가 더 자주 보여요. 향미는 막 뛰어가는 모습이 가끔 보이고요』라며 아직「기른 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유씨부부는 지난8월 먼저살던 의정부시의정부2동265 전셋방에서「돌려준 아이 생각이 자꾸 나서」의정부3동36 역시 전셋방으로 옮겼다.
향미양으로선 쌍동이언니를 잃은 대신 남동생 중철군(1)을 얻었다.
친자확인·기초검사·특수검진등의 과정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지칠대로 지친데다 홍역까지 치르느라 한때 9㎏까지 줄었던 체중이 10·6㎏으로 늘어나는등 그런대로 정상을 되찾아가고있다.
당시 병원으로부터 향미네는 7백만원, 민아네는 3백만원의 위자료를 받았다.
두가정에서는 이돈을 모두 아이들 이름으로 저축해놓고 한푼도 쓰지않았다.
트럭운전사로 한달 20여만원의 수입이있는 유씨는『병원치료비가 무료이기때문에 향미에게는 과일·과자등 주전부리값 정도밖에 들지않는다』며 원금과 이자는 이다음 향미가 컸을때 본인 의사대로 쓸 생각이라고했다.
집에서 구멍가게를 하고 개인회사에서 월15만원의 월급을 받는 문씨는 쌍동이가 가리지않고 아무 것이나 잘먹고 잔병없이 자라 큰비용이 안든다고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쌍동이사건후 물에넣어도 망가지거나 젖지않는 플래스틱팔찌를 사용,『절대로 신생아가 뒤바뀌지않게 하고있다』고 밝혔다.
주치의 심기윤과장(29)은『향미양의병세가 상당히 호전됐다. 국민학교입학전까지는 걸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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