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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0%가 여자…한달이면 반이상이 중도 탈락|63%가 월수 10만원 이하|치열한 경쟁…성실과 인내가 중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다녀도 한달에 4∼5건 가입시키기가 힘듭니다.』보험모집인 7년의 경력을 가진 김모여인(51)의 한탄이다. 연고판매를 제외하면 보험모집은 지금도 힘들다. 스스로 베테랑이라고 자부하는 김여인이지만 가끔은 문전박대도 당하고, 매몰찬 눈초리에한숨짓는다는 설명이었다.
80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보험에대한 일반의 인식은 밝지만은 않다. 일반의 인식이 이런만큼 직업으로서의 보험모집인 역시 안정된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철새처럼 옮긴다>
우선「철새처럼 잦은 이동」은 보험모집인에게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10명중 반이상이 한달도 못돼 직장을 떠난다.
당국의 통계로도 지난9월 한달동안 신규모집인 1만4천1백24명 가운데 65%인 9천2백34명이 중도탈락했다. 모집인의 71%가 직장경력1년미만의 사원이라는 것도 같은 사실을 반영한다. 일이 고되서도 떠나고 보수가 적은 것도 이직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보험모집인의 보수구조를 보면 우선 최하 2만원부터의 고정급인 기본수당, 보험계약고실적에 따른 모집수당, 그리고 보험료징수에 붙는 집금수당으로 나눠져 있다.
이밖에 한조(보통5∼6명)의 책임을 맡을 경우 주임수당이 추가되지만 생활은 어렵고 초심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강모여인(35·서울은평구불광동)은 경력1년의 보험모집인.
첫 한두달은 친척을 찾고 동창생까지 들춰가며 계약고 8천만원을 올렸다. 기본수당을 합쳐 20만원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연고가끊긴 석달째는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한건의 계약도 끌어낼수 없었다. 기본수당 2만원에 보험료를 거뭐받은 집금수당 8만원.
『남대문에서 동대문정도의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녔어요. 점심은 주로 걸렀지요.』말할 수없는 고생이었다고 강여인은 말했다.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8월말현재 6개의 생명보험회사 모집인 10만7천여명가운데 63·3%인 6만8천여명이 10만원이하의 보수를 받고있다. 월4만원미만도 23·6%나 된다.
비교적 수입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30만원이상 50만원 미만은6·9%, 보험모집인으로서 성공했다는 1백만원이상의 수입자는 0·6%뿐이다.

<월4만원 미만도>
보험모집인 가운데는 9대1의 비율로 여자가 압도적이다. 보험회사측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호소력이 강하다는등 그 이유를 설명하지만 식구를 가진 가장으로서는 보험모집인을 하기에는 보수가 너무낮다는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보험모집인의 일상은 매우 고되다. 아침9시면 영업소별로 하루계획을 위한 조회가 있고 10시부터 출발, 뛰기시작해 저녁6시에 돌아와 그날 실적을 정리한다. 귀가시간은 7∼8시사이. 출퇴근시간을 합하면 하루의 반을 일에 쏟는 셈이다.
휴일에 쉬는 것은 자유이지만 실적을 위해서는 휴일도 없는 것이 대부분. 『남편은 빌려줘도 보험계약은 남 못준다』는 이야기는 이런 치열한 보험경쟁에서 생겨났다. 때로는 이런 경쟁이 실적을 올리기위한 무리한 가입권유로 연결돼 분쟁을 불러오기도한다.
서울성북구하월곡동에 사는 주부황모씨는 대부를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봤다. 작년 9월모보험회사 김모씨가 찾아와 2천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하고 6개월보험료를 선납하면 한달뒤에 2천만원을 대부해주겠다는 말에 6개월치 1백2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대부교제비로 6만원을 건네줬다.
그러나 한달뒤에도 소식이 없어 항의를 하자 모집인은 약속과는 달리 3천만원짜리라는 보험카드를 전해주더라는 것-.

<보험협회서 시험>
황씨의 문제는 결국 보험회사가 나서 중재가 됐지만 적금을 들라든지하는 유혹의 수법은 많고 또 거둔 보험료도 중간에서 가로채는 질나쁜 경우도 있다.
사람이 많으면 예외도 있다는 말은 보험모집인에게도 적용된다. 사실 보험모집인의 수준도 과거보다는 향상이 됐다. 모집인이 되려면 협회에서 치르는 시험에 합격해야한다. 엄격히 모집인 신분증이 발부되고 그래야만 보험모집의 자격도 주어진다.
성공한 모집인들이 꼽는 비결도 성실과 인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수가 적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험모집인의 씀씀이가 헤푼 일은 별로 없다. 지출명세를 보면 우선 보수의 1%를 영업소에서 세금을 대비해 걷는다. 연말이면 그동안의 수입을 결산해 종합소득세를 낸다. 수입의 3분의2를 경비로 인정해주지만 세금액은 적은 것이 아니다.
보험모집인들은 이밖에 스스로 한두개의 보험에 가입해 지출의 상당액을 보험료로 지불한다. 저축을 한다는 목적은 물론이지만 그 자체가 실적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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