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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서남해안 개발 사업 맡아달라 정찬용씨에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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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행담도 개발 의혹과 관련해 논란이 된 서남해안 개발 사업은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착수됐다고 여권의 핵심 소식통이 30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사건의 발단은 2003년 중반"이라며 "당시 정찬용 인사수석이 노 대통령에게 인사 관련 보고를 하러 간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국토균형발전의 요체는 낙후된 호남의 발전인 만큼 인사수석이 할 일은 아니지만 호남 출신인 정 수석이 이 일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정 수석은 "현재의 일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일단 거절했지만 며칠 뒤인 토요일 오전 노 대통령이 "아침을 함께하자"며 정 수석을 관저로 불러 다시 설득했다고 한다. 이때 노 대통령은 100여 분간 호남의 발전, 특히 서남해안 개발을 위한 정 수석의 역할을 주문했고 정 수석은 결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이 소식통은 소개했다.

정 수석은 이후 실행 방안을 고민하다 서울대 문동주 교수와 접촉했다. 문 교수가 김영삼 정부 시절 자신이 일하던 광주YMCA 주최 호남.광주 지역발전 세미나에서 서남해안 개발 사업의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이다. 정 수석은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상의해 문 교수에게 관련 프로젝트를 맡겼다. 문 교수는 김재복 사장을 정 수석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4월 문 교수의 보고서는 국가균형발전위로부터 부정적인 판단을 받았다. 전남 일대를 항공우주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보고서의 첫 번째 사업인 항공우주산업 대신 두 번째 대안인 서남해안의 관광.물류.IT전진기지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검토 끝에 예산 투입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외자 유치 쪽으로 방향을 돌렸고, 사업은 국가균형발전위에서 동북아시대위원회로 넘어갔다.

당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이 사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올 초 감사원 조사 이전에 전윤철 감사원장은 정찬용 수석에게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한번 생각해 보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태가 의혹으로 발전하고 정 전 수석이 해명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노 대통령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정 전 수석에게 메모를 전달했으며 그 내용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서남해안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라▶행담도 개발사업은 서남해안 개발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S프로젝트는 서남해안 개발을 위해 도움이 되는 사업인 만큼 어쨌든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세 가지였다고 청와대 참모들은 전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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