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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거장 펠리니를 다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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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1년 타계한 명배우 앤서니 퀸이 주연한 영화 '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짐승 같은 떠돌이 곡예사 잠파노(앤서니 퀸)는 마음은 착하지만 어딘지 모자라는 소녀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를 이용해 돈을 벌고, 또 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한다. 영화 막바지 이미 세상을 떠난 젤소미나를 추억하며 "난 외톨이야"를 탄식하던 앤서니 퀸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페데리코 펠리니(1920~93.사진) 감독의 '길'은 전후 이탈리아의 피폐한 현실을 압축해 보여준다. 영화 감독 펠리니를 세계에 알린 상징적 작품이다. 젤소미나를 연기한 배우 줄리에타 마시나는 펠리니 감독의 부인으로도 유명하다.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해온 펠리니 감독의 회고전이 다음달 3~12일 서울 필름포럼(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열린다. 1954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장, 5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길'을 비롯해 펠리니의 대표작 11편이 상영된다.

로마로 신혼여행을 온 어느 부부의 해프닝을 그린 데뷔작 '백인추장'(50년), 성장이 멈춘 사춘기 청소년을 다룬 '비텔로니'(53년), 신이 사라진 시대의 구원 문제를 파고든 '달콤한 인생', 영화 연출에 대한 감독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8과 2분의 1'(63년), 차력사.마술사.난쟁이 등 서커스의 세계를 조명한 '광대들'(70년), 감독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은 '아마코드'(73년) 등이 소개된다.

또 감독을 직접 인터뷰하며 소위 '펠리니 신화'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펠리니:나는 허풍쟁이'(2002년, 감독 다미안 페티그루)도 상영된다. 서커스 단원.풍자만화가.희곡작가 등의 자전적 경험을 스크린에 투사하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화면을 연출해온 펠리니는 "난 모든 것을 지어냈다. 심지어 내 출생에 관한 것까지도"라며 능청스럽게 말하고 있다. 02-764-4225.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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